아버지의 지능은 7세 수준. 그의 딸은 7세. 그러나 똑똑한 딸은 이미 아버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남자에게서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박탈해야 하는가.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은 양육권을 박탈당하게 된 지능 박약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따뜻한 가족 영화. 영화에도 인용되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처럼 아이를 둔 아버지의 투쟁이란 사실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숀 펜의 연기 변신이나 딸 아이의 능청스런 연기가 결국 관객으로부터 눈물을 뽑아낸다.
바지는 깡총하게 짧고, 걸을 땐 얼굴은 앞으로 엉덩이는 뒤로 쑥 빠졌으며, 자신이 일하는 커피 전문점의 손님이 어떤 것을 주문하든 "탁월한 선택입니다"를 외치며, 무엇이든 정리하지 않으면 불안한 샘 도슨. 목요일이면 비슷한 친구들과 모여 비디오를 봐야 하고, 수요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선택하는 샘. 샘은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지능 지체자.
그러나 그는 비틀스의 노래를 외는 데만은 선수다. 산부인과 병실에서 아기를 본 순간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고 그는 딸의 이름을 루시 다이아몬드 도슨으로 짓고, "엄마는 언제 오느냐"는 딸의 질문에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엄마도 모두 그들이 어려서 죽었다"고 답하며, 'Here Comes The Sun'이 조지 해리슨의 노래 중 최고라고 평가한다.
물론 딸을 키우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의 곁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다. 애니(다이앤 위스트)는 외출 공포증이란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좋은 조언자였고, 장애를 가진 그의 친구들은 루시가 구두 하나를 사는 데도 단체로 따라 다니며 가족처럼 지낸다.
그러나 워낙 총명한 루시는 자신이 아버지보다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해 자꾸 학습 장애를 일으키고,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법원에 양육권 정지 신청을 낸다. 결국 복지기관이 승소하고, 샘은 무작정 변호사를 찾아가 "딸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영화는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기 위해, 성공했지만 자녀와 대화가 단절된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셸 파이퍼)을 등장시킨다. 리타는 남들의 이목 때문에 억지로 샘의 무료 변론을 맡게 되면서 어머니로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샘을 연기한 숀 펜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전쟁의 사상자들'에서 악마 같은 표정으로 베트남인들에게 총질을 해댔던 바로 그 숀 펜이 맞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하다. 루시 역의 다코타 패닝은 서른살짜리 여자를 어린이로 줄여 놓은 것처럼 너무 능청스러워 소름이 끼친다.
비록 모두 리메이크 버전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비틀스의 노래 역시 영화의 큰 매력. 'Across The Universe', 'Strawberry Fields Forever' 'Two Of Us' 'I'm Looking Through You' 등 비틀스 마니아를 흥분시킬 만한 노래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미국의 사회복지제도와 샘의 딸 찾기란 결국 비굴하게 타협하기라는 결말이나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고백하며 미셸 파이퍼가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못하는 게 흠이지만, 이런 결함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게 이 최루성 영화의 강점이다. 감독은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코리나 코리나'를 만든 제시 넬슨.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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