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포에게 들은 이야기. 누군가 교회에 나와 "사업이 너무 잘 된다"며 떠벌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업을 하게 되어 세탁소를 싼값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기대에 부풀어 가게를 산 사람은 곧 그 세탁소가 일종의 부실 기업임을 알게 된다. 교포가 백인에게 영어로 사기를 치기는 힘들다. 그래서 없는 한국인끼리 서로 뜯어 먹곤 한다.우리 영화계에도 이런 꼴이 나타나고 있다. 11월에 두 편의 '피아니스트'가 개봉된다. 23일 개봉하는 '피아니스트(The Pianist)'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로 2차 대전 중 게토로 끌려간 한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고뇌를 그렸다. 영화사 감자가 지난해 사전제작 단계에서 50만달러를 주고 샀다. 출연진이 대규모인 대작으로 올해 줄곧 장사가 안된 수입사는 내심 '한 건'을 기대하고 있다.
11월 중순 개봉할 또 한 편의 '피아니스트(La Pianiste)'는 역시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여우·남우주연상 수상작으로 피아노 교사와 남자 제자의 성적인 긴장감을 그렸다. 전형적인 예술영화로 수입사인 M&N는 지난해 20만 달러(업계에서는 3만 달러라고 추정)에 수입했다고 밝혔다.
감자측은 "M&N이 폴란스키 영화의 개봉에 맞춰 개봉, 물타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근거는 M&N측이 감자에게 "언제 개봉할 것이냐"며 개봉 날짜를 계속 저울질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M&N에서는 "지난해부터 개봉을 추진해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개봉하려 하자 흥행성이 적은 같은 감독의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수입사가 직배사를 통해 동시 개봉, 결국 둘 다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얼마 전에도 'YMCA 야구단'이 개봉하자 그간 미뤄왔던 할리우드 야구영화 '루키'를 일주일 앞서 개봉한 것도 '물타기'다. 한 쪽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때 동시 개봉하면, 앉아서 영화 홍보가 된다는 계산이다.
없는 사람끼리 뜯어먹는 결과는 여기서도 나타난다. 예술 영화 관객이 반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콩 한쪽도 나눠먹자고? 그건 우정이 아니라 주접이다. 차라리 콩 한쪽을 심고 가꾸어 수확한 콩으로 메주도 쑤고, 두부도 만들어 먹고, 그래도 남아 심심하면 그 때 반쪽으로 나눠 먹든지. 컷!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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