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제작 및 발사 서비스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 내 2,000억달러를 넘을 겁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정보통신 시대를 맞아 위성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인공위성의 보유 여부는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8일부터 10일까지 재외동포재단 주관으로 열리는 제1차 세계 한상(韓商)대회에 참가한 호주 APSC(Asia Pacific Space Center) 권호균(權鎬筠·48·사진) 사장은 세계 최초로 민간 차원의 상업용 위성 발사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8개월 전부터 인도양의 호주령 크리스마스섬 700만평 부지에 총 3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건설중인 위성 발사장은 현재 30%의 공정률을 보이며 내년 말이나 2004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섬을 선택한 것은 적도에 가까운 지리, 지층, 기후 조건이 로켓 발사에 최적일 뿐 아니라 향후 위성 수요가 급증할 아시아 지역과 가깝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첫 위성은 2004년 말 발사할 계획이며, 현재 몇몇 국가 및 대기업과 6건의 위성 발사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며 "그 가운데는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위성을 쏘아올릴 로켓으로는 러시아의 '소유즈'를 개량한 '오로라' 가 사용된다. 권 사장은 10년간 러시아 정부와 의회를 설득, 최근 러시아 우주항공국과 15년간 오로라 로켓 독점 이용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로켓은 성공률 99%를 자랑할 만큼 우수하고 운반 및 조립도 서방 로켓보다 간편하다는 것.
호주 정부는 지난해 APSC에 재정자금 융자 등의 형태로 1억 호주 달러(700억원)를 무상 지원하고 크리스마스섬을 발사장 부지로 제공했다. 98년에는 우주법을 제정, 위성 발사 사업을 국가 주요 사업으로 지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권 사장은 대전역 매표원으로 근무하며 주경야독한 끝에 1984년 호주 유학시험에 합격해 호주로 건너간 뒤 빌딩 청소부로 출발, 청소 용역업, 건물 내장공사업 등을 벌여 이민 8년 만에 백만장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호주의 전직 주정부 고위 인사 2명이 위성 발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돼 3년간의 연구 검토 끝에 92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호주와 러시아를 오가며 발사장 건립 및 로켓 구입을 추진했고, 싱가포르와 한국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한국에서는 TG벤처가 APSC에 160억원을 투자했다.
"위성 발사 사업은 쉽게 말해 '우주 택배 사업'입니다.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 시장을 미국 프랑스 등 소수 강대국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위성 발사에는 대개 1억달러 가량이 듭니다. 크리스마스섬에 발사장이 완공되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기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겁니다."
권 사장은 발사장 건립과는 별도로 1,400만달러를 출연해 러시아 우주아카데미, 호주 영국의 대학 등과 함께 크리스마스섬에 우주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권 사장은 "우주항공 산업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한국의 많은 과학도들이 크리스마스섬에서 우주항공 기술의 이론과 실제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황상진기자 april@hk.co.kr
사진=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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