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의 무분별한 폭로전으로 국가기강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치를 떠나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거듭된 다짐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공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중추기관의 내부가 통제 불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주문만 되뇌고 있다. 사실을 근거로 해명에 나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고,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의 무기력한 모습은 국가기관의 정상가동을 저해하고 공직자의 줄서기 형태를 부채질하고 있다.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제기한 4억달러 대북지원설과 한철용 소장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한 서해교전 정보보고 묵살 등만 봐도 그렇다. 왜 금감위는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을 꺼리며, 대북 문제를 총괄 지휘한 임동원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말이 없는가. 한 소장의 주장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겠지만, 현역 정보부대장이 공개된 장소에서 군사기밀을 유출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사실의 규명과 실정법 위반은 별개 사안이다. 설사 한 소장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그는 처벌받아야 한다. 금감위 노조가 현대상선의 계좌추적을 요구하고, 군 일각에서 한 소장 처벌 주장이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 군 수뇌부의 자세가 심각한 정부의 권위 실추 현상을 말해준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에서는 장관의 인사에 당사자가 정면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정치권이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무한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공직기강 확립 지시도 영(令)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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