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경남 함양군 백전면 지리산 자락에 문을 여는 녹색대학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국내 첫 대안대학으로 자급자족 공동체 생활, 주관적 입학전형 등 독특한 학사운영을 마련 중인 녹색대학은 "평범한 학생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강조한다.
■"학력은 전혀 상관없어요"
녹색대학 지원서에는 수능 성적란이 없다. 학생들이 꾸민 자기소개서를 심사위원들이 '주관적'으로 선별한 뒤 면접을 보면 끝이다. 고교 졸업에 준하는 학력이라는 형식상 조건이 있지만 무학자라도 '녹색정신'이 투철하면 특별전형 입학이 가능하다. 대학 측은 "생태주 성장 가능성 등을 중시한다"며 "수능 등 객관적인 입학 기준은 아예 없다"고 밝혔다.
모집 분야는 학부의 경우 녹색문화학과, 녹색살림학과, 생명농업학과, 생태건축학과, 풍수풍류학과이며 대학원은 녹색교육학과, 생태건축학과, 자연의학과 등으로 8개과에 걸쳐 100명 정도 선발할 계획. 그러나 원서 접수 20여일만인 7일 현재 지원자는 정원을 훨씬 넘긴 130여명에 달한다. 흔한 광고 한번 내지 않았지만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몰려든 것. 녹색대학 창립위원회 장종진(張鍾辰) 간사는 "다른 대학 재학생들이 절반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폐가개조 기숙사서 생활
캠퍼스 생활 역시 기존 대학과 판이하다. 2∼3년제 주말 집중 교육을 받는 대학원생을 제외한 모든 학부생은 학교 인근 생태마을(청미래마을)의 폐가 등을 개조한 기숙사나 노인들만 남은 농가에서 생활한다. 또 반드시 농사, 집짓기, 품앗이 등 하루 3시간씩 '노동'을 해야 한다. 대학 측은 "생태마을은 친환경 체험이 이뤄지는 또 하나의 대안교육장"이라며 "이곳에서 생산한 쌀과 야채 등을 주식으로 삼는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한 대가로 '월급'도 받는다. 그러나 원화가 아니라 생태마을과 녹색대학 등에서 통용되는 대안화폐인 '에콜로지(ecology)'를 받게 되며 등록금 대납도 가능하다. 100만∼200만원으로 책정된 등록금도 학생 가정형편 등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톡톡 튀는 수업방식
교수진은 창립위원회 공동대표인 장회익(張會翼)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를 비롯, 김지하·박노해 시인, 문규현(文奎鉉) 신부, 이정자(李正子) 녹색연합 대표 등 환경 뿐 아니라 민주화, 사회문제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저명 인사들로 꾸려졌다 .
녹색대학은 하향식 지식 전달의 기존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도움을 주는 일대일 쌍방향 교육을 지향한다.
장 간사는 "과목마다 '장회익 강좌' '문규현 강좌' 등 교수 이름을 붙여 지식과 함께 스승의 삶과 철학까지 전달할 계획"이라며 "반대로 교수들을 상대로 한 학생의 수업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학부 4년 가운데 1년은 반드시 국내외 환경단체나 지역단체, 친환경기업 등에서 인턴 기간을 거쳐야 하며 졸업 시험도 집짓기(생태건축학)와 유기농법 농사짓기(생명농업학) 등 실사구시(實事求是)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문명 치료사 양성"
이 때문에 대학 측은 진로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학과마다 10명 내외의 소수 정원인 데다 현장에서 단련된 학생들이라 수요처가 충분하다는 입장. 또 대학을 근사한 직장의 징검다리로 여기는 학생은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대학 측은 덧붙였다.
초대 총장으로 내정된 장 교수는 "우리 사회는 생태계 파괴 등 현대문명의 병폐를 치료할 전문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며 "기존 대학이 간과하고 있는 인격적 소양과 학문적 실력을 갖춘 참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내년께 교육부 정식인가를 추진중인 녹색대학은 대부분의 운영자금을 '땅 한평 사기 운동' 등의 시민 모금 형식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부지 매입비와 시설비 등에 20억원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며 현재 1,200여명의 '국민주주'로부터 2억여원을 모았다. www.ngu.or.kr (02)364-3605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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