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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재치·유머 가득/"배꼽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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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재치·유머 가득/"배꼽 조심하세요"

입력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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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많이 꼬이는 집은 부자가 된다는 옛말이 사실인가요?" "부자집은 난방이 잘 돼있고 먹을 것이 많아서 개미, 돈벌레 등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합니다. 때때로 사과박스, 고기꾸러미 같은 물건도 들어오고…." "국회에 우글대는 해충은 어떻게 퇴치해야 합니까?" "저희로서도 처음 보는 해충인만큼 샘플을 채취해 보내주시면 현미경 등 각종 장비로 분석해 박멸법을 개발해보겠습니다."

유머 전문사이트가 아닌 해충방제 회사 세스코 홈페이지(www.cesco.co.kr)의 '묻고 답하기(Q&A)' 코너에 올려진 문답들이다.

농담과 위트가 넘쳐나는 이 같은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게시판은 일반 기업과 동호회가 운영하지만 관리자의 성의와 회원의 충성심이 어우러져 새로운 인터넷 문화코드를 양산하고 있다.

세스코의 Q&A 코너는 "부산 시내에서 새끼쥐한테 물렸는데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까요?"와 같은 질문에 "쥐에 물리면 서교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주간의 잠복기를 거치면 오한을 느끼고 40℃ 전후의 고열, 두통, 구토가 따릅니다"라고 전문적인 진단을 내린 뒤 "저도 쥐에게 몇번 물려봤는데 아직까지 멀쩡하군요. 같이 보건소 가실래요?"식의 추신을 꼭 붙인다.

'100% 성실 답변'의 열의를 보이다 보니 하루에 질문 1,000여건은 기본. 질문 내용은 해충박멸에서부터 남녀관계, 고부갈등, 학교생활 등으로 넘나들지만 세스코는 해충박멸이란 키워드를 절묘하게 이용해 해법을 제시한다.

올해 인터넷 최대 화제어 '아햏햏'을 낳은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도 유머 사이트가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모임이다. 이 사이트의 유저갤러리중 엽기 코너에 일본 만화 주인공 옷을 입은 여성의 사진이 올라오자 한 네티즌이 '아∼ 흑∼ 헉헉∼ 핵핵∼ 아햏햏'이라고 답글을 달면서 아햏햏 신드롬을 낳았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 단어를 쓰는 무리들은 자신을 일컬어 '햏자'라고 부르며 '고향'인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32) 사장를 '햏수'로 떠받든다.

최근에는 '폐인(pain)'이 아햏햏의 바통을 이어받을 태세. 디시인사이드 엽기코너에 밤낮없이 접속하는 폐인은 모 이동통신사의 "한시라도 일에서 떠나지 못하는 당신은 메인입니다"라는 광고문구를 "한시라도 인터넷을 떠나지 못하는 당신은 폐인입니다"라고 패러디하며 폐인을 자처했다.

용어도 '쌔우다'(하다), '고구마'(관심없다), '방법하다'(응징하다) 등 자의적이다. 예컨데 글씨가 깨진 문자메시지가 뜬 휴대폰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이 사이트에 올리면 순식간에 "사이언이군요" "옆에 있는 모나미 볼펜 어디서 구했소?" "방법당했군요" 등의 답글이 올라온다. 또 하루종일 접속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처음으로 답글을 달면 "1등 쌔웠다"며 기뻐하곤 한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 홈페이지(www.incruit.com)의 '백수만세' 코너도 구직자들 사이에선 중독성 게시판으로 유명하다. 청년실업자가 일상사를 시시콜콜하게 띄우면 '동료 실업자'들이 애정어린 충고와 해결책, 스트레스 해소용 유머 등의 답글을 달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사장은 "마니아용 게시판은 로그인 절차 없이 실시간으로 관심사가 유사한 다수와 소통할 수 있어 새로운 인터넷 문화코드를 만들어내는데 제격"이라며 "재치와 유머가 넘쳐 중독되기 십상"이라고 귀띔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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