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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을 디자인한다" 무술감독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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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을 디자인한다" 무술감독 전성시대

입력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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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감독이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SBS '야인시대' 열풍의 진원지에는 무술감독들이 창조한 화려한 액션이 있다. '챔피언' '공공의 적' '태조 왕건' 등 사람의 이목을 끄는 영화와 드라마 뒤에는 늘 무술감독들이 있다. 무술감독의 대명사로 불리는 정두홍(35) 감독과 이영수(43) 감독을 만나 무술감독의 세계를 들어보았다.■'대망' 정두홍

MBC '네 멋대로 해라'에서 스턴트맨 복수(양동근)의 '사부'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정두홍 무술감독. 1989년 영화 스턴트맨으로 데뷔한 그는 1992년 영화 '시라소니'로 최연소 무술감독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후 최근작인 '챔피언'까지 3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숱한 액션 장면을 연출하면서 '액션의 역사'를 써왔다는 말을 듣는다. 음지에서 일하는 무술감독의 세계를 양지의 세계로 이끌어낸 데는 그의 공이 컸다. 정두홍 감독은 한국무술연기자협회 대표로 서울액션아카데미를 이끌고 스턴트맨 액션배우들을 길러내는 산파 역할도 하고 있다. 태권도 3단, 합기도 5단.

정 감독은 무술감독을 '액션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그는 무술감독을 "예술이라는 그늘 아래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싸움꾼이나 무예를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상 속의 액션을 연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드라마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안돼요. 액션이 영상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 없죠." 그는 무술감독이 되기 위해 제일 먼저 편집에 대한 공부를 꼽았다. "그래야 액션을 연출할 때 순서에 맞게 만들 수 있거든요."

정 감독은 비영리단체인 서울액션스쿨을 운영한다. 수업료는 무료. "1998년에 만든 뒤 지금까지 5기생을 배출해 60명 정도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6기생 12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죠." 승마와 스쿠버다이빙은 물론 기초 체력 훈련 등 입에서 단내가 나는 강훈련을 시키는 탓에 낙오한 이들도 많다. 광고도 내지 않았는데 6기 모집에 50여명이 넘게 몰려든 것은 액션에 대한 그의 열정 탓이다.

무술감독으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지만 "10년 동안 무술감독을 해왔는데 그 노하우를 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데뷔 때 영화는 편당 500만원을 받았고 지금은 5,000만원을 받아요. 영화 '매트릭스'의 액션을 담당한 위안허핑(袁和平)은 20억원을 받으니, 비교가 되지 않지요." 후배들에게 그는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를 강조한다. "먼저 액션에 통달한 안무가가 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말이 매섭다. "이 바닥은 냉정하니까요." 그는 12일부터 방송되는 SBS의 시대극 '대망'을 위해 강원도 영월 일대에서 땀을 흘리는 중이다.

■'야인시대' 이영수

"'읍' 하고 기합 소리를 묵직하게 넣어야지." 종로를 호령하는 천하의 구마적(이원종)도 이영수 감독에게는 꼼짝을 못했다. 부천 SBS '야인시대' 오픈 세트장에는 종로 우미관을 놓고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이 벌이는 격투 장면을 찍느라 300여명의 엑스트라 연기자 스태프가 웅성거렸다.

"'구다리'(액션의 앞 뒤 상황)를 만들고 액션의 콘티를 만드는 사람이 무술감독이지요". '무술이 아니라 앵글'이라는 말로 그는 무술감독의 일을 요약한다. 이 감독의 시나리오를 펼쳐봤다.

김두한과 구마적의 결투가 벌어지는 첫 번째 신 하나에만 100여 개 가까운 커트가 있고 그 옆에 빼곡하게 설명이 들어차 있다. '구마적이 온몸을 던져 박치기에 들어간다'는 커트 하나에만 주먹은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 발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카메라는 한 사람의 전신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을 동시에 잡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가 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싸우는 것만 생각하는데, 콘티를 짤 줄 알아야 돼요. 만화 만들듯이."

1981년 KBS에서 스턴트맨으로 시작, 1996년 KBS '신전설의 고향'에서 무술감독으로 데뷔했다. 태권도 4단, 합기도 6단. 300∼400명의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한 장쾌한 전쟁 신을 연출한 '태조 왕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우도 따라 올라갔다. "12등급을 받다가 '태조 왕건'으로 14등급, '제국의아침'과 '야인시대'로 15등급을 받습니다. 회당 56만∼70만원을 받는다고 보면 돼요." '야인시대'가 총 100회 예정이니 6,000만∼7,000만원을 거머쥐는 셈이다. 현재 '제국의 아침'과 '야인시대'를 하느라 일주일의 절반은 경북 문경에서, 절반은 부천에서 보낸다. 오래 전부터 꿈꾸던 무술 아카데미를 내달에 김포와 여의도에서 열 계획이다. "외국에선 오토바이 전문, 레펠 전문 등 대역마다 전문 분야가 있지요. 이제 우리도 그렇게 가야지요."

좀처럼 액션 장면에 만족하지 않던 이 감독이 입을 뗐다. "주먹을 무게감 있게 쥐라구, 아유 잘 하네." 구마적은 칭찬을 듣고 나서 어린아이처럼 활짝 입을 벌렸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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