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떠들썩했다. 민선 3기 단체장들의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잔칫집 분위기였다.단체장 회견 요청이 쇄도했고 그간의 성과를 담은 묵직한 보도자료가 잇따라 배포됐다. 회식 자리, 체육대회도 마련됐다. 실·국장을 거느리고 회견에 나서 100일을 맞는 소회와 자화자찬, 원대한 포부를 내놓은 단체장도 있었다.
경기도 손학규(孫鶴圭) 지사는 "도를 통일의 전진 기지로 삼는 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라고 했고, 서울시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경영마인드를 도입, 벌써 예산 2,600억원을 절약했다"고 자랑했다.
"웬 자기 자랑이냐"고 비꼬아 잔치에 초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간 단체장들을 바라보는 시각엔 실망과 우려가 섞여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명정대한 인사를 하겠다" 던 다짐이 채 귓전을 떠나기도 전에 정실 인사와 자기 사람 심기로 피바람을 일으킨 단체장이 부지기수다.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단체장도 여럿이다. 대전에선 이날 시 고위직 3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의혹이 불거져 잔칫집이 돌연 초상집이 됐다.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내놓고 미련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는 단체장들도 보기 안타까울 정도다. 경기도의 '영어마을 조성'이나 4조∼5조원이 투입되는 대구의 '낙동강 프로젝트' 등 벌써 현실성 없는 과욕으로 판정 난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100일을 맞아 진지한 반성을 보인 단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이 태어나 맞는 100일은 진짜 사람이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잔치도 벌인다. 지자체 100일은 이제 진짜 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다면 잔치와 자찬 이전에 자기성찰과 함께 의욕만 앞세웠던 사업을 면밀히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선 3기 지방자치, 축제는 이르고 갈 길은 멀다.
이동훈 사회2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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