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7일 김석수(金碩洙) 총리의 내년도 예산안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을 거부, 본회의가 1시간 가량 지연됐다.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김태식(金台植), 조부영(趙富英) 부의장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煥) 총무를 불러 "전직 대통령들은 2∼4차례 국회 연설을 했는데 김 대통령은 16대 국회 개원 축하 인사차 한 번 찾았을 뿐"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김 총리에게도 "덴마크 국회에서는 연설하면서 우리 국회에서는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표했다.
박 의장은 "이번만은 관례대로 하자"는 양당 총무의 설득에 겨우 고집을 꺾었으나 항의 표시로 청와대 오찬에 불참했다. 또 본회의에서 "취임 직후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간곡하게 요청했다"며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인 관례를 운운하며 거절하고, 그것도 오늘 연락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으로부터 전말을 보고 받고 "사전에 충분히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 98년5월 국회개원 50주년 기념연설과 2000년 6월 16대 국회 개원연설 등 두 차례 국회에서 연설했다고 덧붙였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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