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 비밀지원 의혹사건이 결국 검찰에 의해 실체가 규명될 전망이다.서울지검은 7일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에 따라 사건을 형사4부 서범정(徐範政) 부부장에게 배당,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기사 4면
검찰은 한 최고위원을 고소인 자격으로 우선 소환 조사한 뒤 엄 전 총재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설 방침이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잇따라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제출한 고소장에서 "엄 전 총재는 4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아무 근거 없이 본인을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압력의 장본인으로 지목함으로써 명예를 손상시키고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켰다"며 "발언 근거와 동기, 배경 등을 철저히 추궁해 엄정 사법처리해 달라"고 주장했다. 엄 전 총재는 국감에서 2000년 6월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한 최고위원이 당시 산은총재이던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에게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으나 한 최고위원과 이 금감위원장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서울지검은 7일 오후 김진환(金振煥) 검사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사건의 성격과 수사방향 등을 논의한 뒤 수사주체를 특수부나 공안부가 아닌 형사부로 결정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한 최고위원이 고소장에서 대출압력이 있었느냐 여부만 문제 삼았을 뿐 북한에 4억달러를 보냈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단순 명예훼손 사건으로 판단, 형사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는 일단 4,000억원 대북 비밀지원 여부 보다는 청와대의 대출압력 행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4,000억원 행방에 대한 계좌추적도 할 수 있다"고 밝혀 수사가 대북지원 여부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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