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김정일의 개방조치에 재를 뿌리는 것일까.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양빈(楊斌)이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연금된 것은 정말 의외의 일이다. 만약 김정일이 특구를 통해 자본주의 방식으로 북한의 활로를 열겠다고 확고히 생각한 것이라면, 그에게 양빈의 연금은 대단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북한에 개방정책을 권유했던 중국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태로 신의주 특구에 대한 대외신뢰도 상실도 크나큰 타격이다.■ 양빈이 행정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국내 신문은 중국의 추천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보도까지 내보냈다. 그러나 그의 기업이 상장된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의 기업경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기사를 실었고, 중국 당국에 의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정일의 마음에는 쏙 들었던 자본가인지 모르지만, 시장에서는 별로 신뢰를 얻지 못했던 미스터리 인물이었다. 그 후 양빈의 언행을 보면, 통은 큰 듯하나 시스템을 냉정하게 운용할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 중국의 조치가 양빈의 개인비행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방외신은 북한에 대한 불만과 경고가 담긴 메시지라고 전하고 있다. 신의주라는 특구의 입지가 중국의 마음을 거슬리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특구 행정장관을 임명하며 중국과 의논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설도 나온다. 중국이 경제특구의 효과를 얻는데 20년의 세월이 걸렸고, 북한의 여건을 감안할 때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미리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 이번 사태로 분명해진 것은 김정일 외교가 크게 시험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는데다, 맹방인 중국과의 관계정립도 새로운 숙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체제나 핵사찰 문제가 생겼을 때 북한이 구사하던 벼랑끝 외교는 오히려 단순했다. '예'와 '아니오'란 대답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제 개방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외교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오히려 김정일에게 경제적 이슈를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볼 안목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참모를 구하는 일은 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될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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