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택시를 타고 시내 관광에 나섰던 필리핀 선수들이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자 자원봉사자가 바람같이 나타났다. 유창한 통역으로 선수들을 태워보낸 뒤에야 김지웅(21)씨는 한숨을 돌렸다. 김씨는 올해 1월 입대해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선수촌의 별난 자원 봉사자들이 화제다. 육해공군 550여명의 장병들로 구성된 아시안게임 군 인력지원단이 통역, 선수촌 운영지원, 경비까지 1인3역을 소화한다. 이들 중 일부는 외국 국적을 보유, 군복무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원 입대했다.
김일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부산 지역 향토사단인 육군 53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근무하던 중 아시안게임 지원단에 차출됐다. 김일병은 영어,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등 5개 언어를 구사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랑스런 한국인'을 고집, 자원 입대했다. 김일병은 "외국 선수를 만나 통역을 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통역을 맡은 육군 상록수부대 김요한(24)상병도 자원 입대한 경우. 선수촌 113동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의 통역을 맡은 김상병은 1992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건너가 대학에서 영어·러시아 동시통역을 전공하다 지난해 5월 입대했다. 김 상병은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떠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자진입대한 육군 2사단 호성화(26)상병, 육군 50사단 이병기(24)상병 등도 선수촌 통역운영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리아 배드민턴 대표선수 카트리브 에바(23)는 "자원 봉사 군인들이 의사소통은 물론 경호까지 해주기 때문에 든든하다"고 칭찬했다.
/부산=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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