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은 북미가 현안에 대해 기존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켈리 특사는 서울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과 대량 살상무기(WMD),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미사일 수출, 재래식 병력위험, 인권유린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4차례 회담을 갖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지만 후속 회담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시 정부 출범 후 21개월 만의 첫 공식대좌에서 북한의 파격적 제의를 기대했던 일각의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북한이 켈리 특사에게 핵심 현안인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제시했는지는 알길 없으나, 양국간에 의견 조율이 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양국간 인식차가 재확인 됐으며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북한에는 체제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고, 미국에는 세계 질서에 관한 문제인 만큼 의견 접근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켈리 특사가 실무급이었음을 감안하면, 고위급 레벨의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켈리 특사는 미국으로 돌아가 회담 결과를 검토해 추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양국간 후속 대화가 이른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과 신의주 특구 발표, 비무장지대(DMZ)개방이 말해 주듯 이미 돌아설 수 없는 다리를 건너 국제질서에 편입하려 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입장을 한국에 이미 통고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신의주 행정장관 양빈 체포가 상징하는 중국의 신의주 특구 견제 조짐과 갈수록 대북 영향력이 커지는 러시아의 움직임 등 미묘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후속 회담을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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