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가락에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만경봉-92호가 정박해 있는 부산 다대포항에는 매일 아침과 저녁, 애절한 노래가 아코디언 가락에 실려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매일 만경봉호를 바라보면서 아코디언을 켜는 주인공은 다대1동 주민으로 고물상을 하는 이희완(李熙玩·48·사진)씨."귀한 손님들이 우리 동네까지 찾아 왔는데 가만 있을 수가 있나. 어떻게든 즐겁게 해 줄 생각에 시작했지." 그가 꼽은 북한 미녀들의 애창곡은 '고향의 봄', '도라지타령', '반달' 등. 김씨가 연주를 시작하면 어느새 선상으로 나온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한다. 구경 나온 다대포 주민들까지 합세하면 다대포항은 어느새 남과 북 통일합창의 무대로 변한다.
그는 아코디언 연주가 "북 응원단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팍팍한 일상에 찌든 다대 1, 2동 서민들에게 만경봉호는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준 기쁜 손님"이라는 것.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나를 알아보고 손 흔드는 북한 응원단을 보면 뿌듯하다"는 그는 "응원단 모두에게 남한 주민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북한의 한 미녀 응원단원은 "밤마다 구슬피 우는 아코디언 소리를 듣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며 "어느새 이곳이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다대 1동 주민 이준영(李晙榮·32)씨는 "어렸을 적 부르던 정겨운 동요에 맞춰 북 응원단이 정겹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보니 우리는 누가 뭐해도 같은 민족"이라며 "얼싸안고 노래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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