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기업인이나 도시민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농업 발전은 어렵다. 농민들이 농업 이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지 그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고객을 내치는 일이다." 김동태 농림부 장관이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 장관은 또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농림수산부의 명칭을 환경·식품·농촌부로 바꾸면서 농업이라는 단어를 뺀 것은 농업을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농업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말은 한마디로 농민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토불이(身土不二)'만 가지고는 한국의 농업을 지켜낼 수가 없다는 점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 정서에 호소할 것인가. 가격이 훨씬 싸고 품질면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외국산 농산물을 대상으로 해서 싸워 이길 방법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이외에는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 얼마 전 농림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성진근 충북대 교수의 발언도 김 장관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성 위원장은 "사회가 고도 정보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농촌과 쌀 농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서적 경제적인 토대이자 뿌리"라며 "단순히 추곡수매 인상문제 뿐 아니라 농민과 쌀 농사를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만이 내년부터 쌀 시장 개방을 공식 발표했다. 쌀에 관세를 매기는 대신 모든 수입제한조치를 풀겠다는 것이다. 대만의 시장 개방으로 이제 쌀 수입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 2개국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2004년 진행될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에서 우리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우리 농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조직화했다는 프랑스 농민들보다 더 조직화해 있고 목소리도 크다"고 농림부 장관이 밝힐 정도로 우리 농민들의 단결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이런 조직력에다 사고의 전환이 가세한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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