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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패트롤]신안군 도초·비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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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패트롤]신안군 도초·비금도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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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홍도쪽으로 1시간 가량 가다 보면 무지개 같은 길다란 다리로 이어진 신안군 도초도(都草島)와 비금도(飛禽島)가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의 16∼17배에 이르는, 비슷한 면적의 두 섬은 1996년 약 1㎞에 달하는 서남문대교가 완공되면서 형제 섬이 됐다.▶다리가 이어준 인정

"왔다! 오랜만이네 어디간가." "서울 향우회 있단게 가봐야제라우."

"근디 올해는 태풍으로 나락이 한나도 못 먹게 생겼는디 어찔랑가 모르것네." "나도 징허요."

1일 오후 5시 전남 신안군 도초면 화도리 여객선 선착장.

목포로 향하는 여객선 도착시간이 다가오자 두 섬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인사를 나누느라 선착장이 갑자기 왁자지껄해졌다. 서울에서 열리는 향우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두 지역 신임 면장은 얼굴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육지나들이에 나서는 외지교사와 주민들도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소금의 섬'으로 알려진 비금도와 '풀의 섬' 도초도는 너비 900여m의 바다로 갈라져 있어 다리가 두 섬을 잇기 전에는 선착장에서 만나도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섬의 면적이나 인구 수 등에서 비슷했던 두 지역 주민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으로 서로 지지않으려는 경쟁의식도 많았고 마음의 벽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다리가 생기고 왕래가 잦아지면서 이제는 한 가족을 이뤘다. "다리 놓기 전에는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하니까 왕래도 못하고 아무래도 뜨악했제. 근디 인자는 참말로 좋아졌제." 도초도 주민 김영복(66)씨는 "옛날에는 비금에서 오면 다른 지역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동네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두 섬 주민들끼리 계모임도 늘어

'비금에서 도초가기가 목포가기 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었다.

목포에서 54㎞가량 떨어진 두 섬 사람들은 교통여건이 여의치 않고 생활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결혼적령기의 아들과 딸들의 배필을 상대 섬에서 찾아 짝을 맺어 주었다. 그러나 지척에 친지를 두고도 날씨가 좋지 않거나 최소한 3,4명이 차지 않으면 나룻배가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사돈네가 초상을 당해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간에 급한 환자나 산모가 발생할 경우에는 더욱 막막했다. 도초도 주민 최모(50)씨는 "예전에는 배가 뜨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못해 살릴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죽어 나갔다"고 회상했다.

요즘은 사돈네 일손을 돕기 위해 오가는 주민들이 늘었고 관계도 한층 화기애애하다. 비금도 주민 양종명(48)씨는 "서남문대교가 건설된 뒤로는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의 주민들이 '동갑계'를 만드는 등 부부간 모임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소음과 쓰레기 증가 부작용도

그러나 외지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올 여름에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많이 찾아왔으나 자동차를 몰고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주민들이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피서객과 낚시꾼들이 마구잡이로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고기먹이가 해수욕장과 연안어장을 오염시키고 한적한 시골길을 마구 달리는 외지 차량들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늘고 있다.

도초면 주민 강정우(67)씨는 "연륙교 사업이 시작될 경우 환경오염 대책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초·비금도=김종구기자 sori@hk.co.kr

■ 도초항 도선장 최신웅씨

"23살 때 노젓는 배 두 척과 동력선 한 척으로 비금까지 사람들을 실어 날랐어. 야밤에 긴급환자를 병원이 있는 비금도까지 데려다 주는 일도 많았제."

35년 동안 도초도 화도선착장에서 바다건너 비금도 수대선착장까지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해 온 도선장 최신웅(崔信雄·58·사진)씨는 "전에는 모두 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96년 서남문대교 건설 후 손님이 몰라보게 줄었지만 그래도 두 섬 주민들끼리 왕래가 많아져 한 동네 사람처럼 지내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다리 건설 후 자동차가 크게 늘고 외지인의 방문도 잦아지면서 환경오염이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올 여름에도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많은 피서객이 차량을 갖고 섬에 들어오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신안 주변의 큰 섬들이 이어지도록 한 계획은 잘한 일"이라는 최씨는 "신안 섬들이 연결돼도 선박여행의 특성 때문에 뱃길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초도=김종구기자

■ 신안군 연륙·연도교 건설사업

전국에서 가장 많은 840여 개 섬으로 이뤄진 도서군(島嶼郡)인 전남 신안군이 추진 중인 연륙·연도교 건설사업이 마무리돼 13개 읍면이 하나로 이어지면 천혜의 비경과 풍부한 수산 자원으로 서해안시대를 이끌어갈 명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1985년 마련된 사업계획에 따르면 현재 완공된 안좌-팔금, 자은-암태, 비금-도초 등 3개교와 건설 중인 목포-압해도, 팔금-암태, 지도-사옥도 등 3개교, 계획 중인 14개교 등 모두 20개의 교량이 건설된다.

70년대부터 시작된 전남지역의 연륙·연도교 사업으로 79년 2,106개(유인도 342개, 무인도 1,764개)였던 섬이 2001년 1,962개(유인도 277개, 무인도 1,685개)로 줄었고 인구도 45만9,700명에 20만7,300명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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