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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흔들리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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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흔들리는 軍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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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6·29 남북교전 직후에도 군 기밀 노출이 문제가 됐었다. 당시 국회에서 작전의 적절성 여부 등을 따지는 과정에서 해군의 구체적인 장비와 3군 합동작전체계 등이 여과없이 외부로 노출됐다. 당시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교전으로 잃은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전리품을 챙겼다"고 개탄했다.그런데 더 기막힌 일이 4일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일어났다. 현직 장성이 군사기밀을 공개한 것이다. 이제 다 알아버렸지만 대북감청이 주임무인 5679부대는 그 존재부터가 군사기밀이다. 그런 부대의 지휘관인 한철용(韓哲鏞) 소장이 '대북정보보고서(블랙북)'를 갖고나와 흔들었다. 언론은 군의 다급한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사진 속 그의 손에 들린 보고서 내용을 하얗게 지워 내보냈지만 우리 대북정보수준은 유추 가능할 만큼 알려졌다.

군 정보 관계자들이 경악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당분간 북한의 특수정보(SI)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당장 주요한 정보원(源) 하나가 끊겼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문제는 군사기밀 유출 이상이다. 흔들리는 군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데 국민들은 놀라고 있다. 사실 유사한 군의 이상 징후는 이미 지난번 국회 상임위에서의 병풍(兵風) 논쟁 때도 있었다. 상명하복 관계의 영관장교들이 엇갈리는 주장으로 맞섰고, 그 과정에서 그들 내부의 상시 갈등양상이 노출됐다.

이런 일들은 일부의 돌출현상 쯤으로 가볍게 넘길 게 아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군의 조직체계와 문화 전반에 대해 군 스스로의 뼈아픈 반성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한 소장만 해도 그렇다. 누가 뭐라든 그는 군이 장군으로까지 키워낸 인물이다. 군의 현 실상이 그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권혁범 사회부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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