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이스 프린츠 지음·이한우 옮김 더북 발행·1만5,000원'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소설들은 청년시절의 고뇌와 슬픔, 낭만과 좌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헤세가 청소년이 즐겨 찾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기 작가 알로이스 프린츠가 쓴 '헤르만 헤세-모든 시작은 아름답다'는 헤세가 청년 시절 누구보다도 많은 방황의 시기를 거쳤으며, 그 안에서 얻어낸 값진 자각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가령 헤세는 열 네 살 때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쳐 나왔는가 하면, 새로 진학한 학교에서도 실패했고, 서점 견습생 자리에서 사흘 만에 도망쳤으며, 뒤이은 기계공 견습 생활을 돌연 중단해버렸다. 헤세가 이러한 방황을 통해 얻어낸 자각은 인간의 삶이 어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일하고도 개인적인 자신의 기준에 의해 측정된다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이와 비슷하다.
책은 고향 칼브에서의 유년 시기, 성장과정에서 겪은 위기와 도주,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스위스 몬타뇰라라는 작은 마을로 은둔했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헤세의 전 생애를 추적하면서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동양사상에 대한 통찰, 자연친화적인 사상, 억압에 대한 저항정신, 공동체에 대한 개인 각자의 책임의식 등을 소개한다. 나아가 책은 '내면성의 범주에 머무른 작가'라는 헤세에 대한 일각의 평가가 오해에서 비롯된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헤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비인간적인 면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헌신적인 현실 참여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2001년 독일 청소년저작상 수상작인 이 책은 비교적 쉬운 문체와 평이한 단어로 헤세의 삶과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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