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미 글·유동훈 그림 도깨비 발행·8,000원아파트와 공장 단지 사이에 끼어 있는 인천 만석동의 판자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상미는 집을 고치던 날 한 뭉치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언니 상윤, 오빠 상민, 나, 그리고 동생 상희의 옛날 일기장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의 세번째 창작동화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는 1990년 만석동에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남매 일기를 통해 만석동 사람들의 슬프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니의 일기를 읽으면 상미 가족이 처음 만석동에 이사 왔을 때 모습이 떠오른다. "이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은 엉터리로 지어서 벽이 울퉁불퉁하고, 길도 시멘트로 대충 찍어 발라 논 것 같다."
그래도 만석동에는 언제나 희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산을 제대로 펴기 힘든 골목길은 아이들에게는 재미난 놀이터가, 어른들에게는 머리핀도 만들고 신발 밑창을 붙이기도 하는 일터가 되기도 한다. 또 열심히 일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자랑이었다. 상민이는 골목길에서 어른들의 고스톱 놀이를 곁눈질하고 동네 인근 해안인 '똥바다'에서 수영하고 고기도 잡은 경험을 일기장에 남겨놓는다. 그러나 상미는 "내 일기를 보면, 그리고 내 동생 일기를 보면 슬픈 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97년 가을 일거리가 없어진 아빠는 날마다 술을 마시고, 만석동의 판잣집은 차례대로 헐려 집을 잃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만석동을 떠나갔기 때문이다.
작가는 가난에 찌들었지만 어린이의 시선으로는 희망에 가득찼던 만석동이 개발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것을 함께 일구어 나가는 가족과 이웃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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