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구설수를 타고 있다. 지난 2일 당 소속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부인들이 모인 연찬회에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한 말 때문이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병풍의혹을 염두에 둔 듯 "그동안 가슴이 찢어지고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끝에 문제의 발언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 하지 않았어야 할, 대단히 부적절한 말이었다.한씨는 우선 검찰의 병풍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며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점을 간과했다. 의혹의 당사자로서 검찰수사가 이미 끝난 양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본인으로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혹은 가족적 차원에 국한할 일이지 공식적인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할 말은 아니었다. 설사 범법행위가 개입되지 않았다 해도 결과적으로 두 아들을 모두 군에 보내지 않은 어머니로서, 자식을 군에 보낸 다른 어머니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한씨가 느꼈을 개인적 고초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정권을 잡는 일이 마치 야당시절에 당한 한풀이를 위해서인 것처럼 들리게 하는 언사는 퍼스트 레이디가 갖춰야 할 품위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우리 정치판에 "선거에서 지면 피바람이 불 것", "누가 당선되면 이민을 가겠다"는 식의 선동적 언사가 판치고 있는 상황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마저 있다.
가뜩이나 한씨의 그런 말은 정치보복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선거 전에는 후보자마다 정치보복의 근절을 외쳤지만 막상 선거 후엔 달랐던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다. 자신의 실언에 대해 한씨가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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