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발발 전 북한의 해상도발 가능성을 경고한 첩보가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장관에 의해 묵살당했다는 의혹(4일자 31면 보도)과 관련, 4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에서는 군 정보책임자들까지 출석한 가운데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먼저 박세환(朴世煥·한나라당) 의원은 질의를 통해 "대북통신감청부대인 5679부대가 6·29 서해교전 직전인 6월13일 북 경비정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당시 김 장관이 도발경고 관련 항목을 삭제해 일선 부대에 전파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5679부대의 첩보내용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정형진(丁亨鎭·육사 30기·준장) 합참 정보융합처장은 "보고한 적은 있으나, 장관이 삭제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5679부대장 한철용(韓哲鏞·육사26기) 소장은 박 의원의 주장을 시인한 뒤 격한 어조로 "당시 삭제되지 않은 첩보내용이 이 안에 모두 들어있다"며 군사기밀인 '대북첩보 일일 보고서(블랙북)'를 공개, 국감장이 발칵 뒤집혔다. 한 소장은 이와 함께 "나에 대한 징계는 김 전 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전역하는 게 낫다"고 폭탄성 발언을 이어 나갔다.
한 소장의 발언 수위와 군사기밀 공개에 놀란 이준(李俊) 국방장관은 장영달(張永達·민주당) 국방위원장에게 요청, 한때 국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무사는 블랙북을 촬영한 언론사에 비공개 협조를 요청했다.
박 의원과 한 소장의 발언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기자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정보융합처장이 4가지 가능성을 담은 첩보수준의 보고를 올려 '정보본부에서 확실히 정리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었다"며 "내가 수정을 지시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감을 마무리하기 전 장 위원장은 한 소장에게 "육사 선배인 강창희(姜昌熙·한나라당) 의원이 한 소장에게 실망해 국감장을 떠났다는 사실을 잘 성찰해 보라"고 주의를 주었고, 한 소장은 이에 대해 "진실은 하나다. 대한민국 육군 소장이 불의를 묵과하란 말이냐"고 맞받았다.
이날 파란을 빚은 한 소장은 미국의 명문 펜실베니아대학에서도 수학하고 국정원 국방보좌관 등 요직을 거친 엘리트 장성. 군 관계자는 "한 소장이 군 지휘부에 공개반발하고 나선 것은 자신에 대한 징계논의와 자신의 부대에 대한 기무사의 검열을 심한 모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소장은 국방부에서 징계논의가 이뤄진 직후 이에 반발해 전역지원서를 제출, 다음달 예편할 예정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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