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북한 여자탁구의 기적은 '비밀병기' 김향미(23·사진)의 손끝에서 이뤄졌다.세계랭킹 58위에 불과한 김향미는 4일 중국과의 여자단체 결승 2단식서 세계랭킹 1위 왕난을 3―0으로 완파하는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1998 방콕아시안게임 전관왕(4관왕)과 시드니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탁구 여제 왕난은 지난해 일본 오사카 세계선수권서도 3관왕을 거머쥐는 등 부동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때문에 김향미가 초반부터 왕난을 몰아붙여 첫 세트서 11―7로 가볍게 승리를 따내자 중국 코칭스태프는 물론 관중도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첫 세트는 대이변의 서곡에 불과했다. 김향미는 2, 3세트도 내리 11―8, 11―6으로 이겨 경기를 깨끗이 마무리했다. 세계 11위인 북한 에이스 김현희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향미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전관왕을 노리다 뜻밖의 수모를 당한 왕난은 4단식서도 김현희에게 1―3으로 패하는 등 완전히 무너졌다. 북한은 김향미의 선전에 힘입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 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11년만에 중국을 꺾는 기쁨을 맛봤다.
셰이크핸드 라켓을 펜홀더식으로 잡는 이색적인 폼을 지닌 김향미는 앞서 벌어진 일본과의 4강전 마지막 5번 단식서도 일본의 에이스 고니시 안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북한 코칭스태프는 대회 시작전부터 여자탁구의 대이변을 예고했다. 리형일 코치는 "이젠 김현희를 에이스라 단정짓기 어려울 만큼 모든 선수의 기량이 좋아졌다"며 은근히 김향미의 선전을 기대했다.
여자단식에도 출전하는 김향미는 세계탁구의 판도변화를 일으킬 '태풍의 눈'임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아시안게임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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