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아리랑 다 어디 갔나요."강원 정선에서 '아리랑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진용선(秦庸瑄·39)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6월 월드컵 때는 개막식에서 '상암아리랑'을 선보이는 등 아리랑이 한민족 문화의 핵심코드임을 과시했다"며 "그런데 정작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함께 응원하는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아리랑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1991년 정선아리랑연구소를 설립, 10여년간 사라져가는 아리랑을 수집하고 있는 진 소장은 93년 아리랑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고, 97년 폐교로 방치됐던 매화분교에 자리를 잡았다. 아리랑학교에는 월드컵 후인 7∼9월 일본 이스라엘 쿠웨이트 등지에서 수백명의 외국인들이 방문했다.
정선 출생인 그는 인하대 독문과 재학 당시 아리랑 가사를 독일어로 번역해 발표하기도 하고, 방학 때는 밀양, 진도 등지를 돌아다니며 마을 어른들로부터 아리랑 가락을 배웠다. 89년 귀향, 아내와 함께 정선아리랑 수집에 나섰다. 그의 노력으로 400수로 알려졌던 정선아리랑이 93년 1,200여수로 정리됐다. 최근에는 중국 동북지역을 10여 차례 방문, 조선족아리랑을 계속 발굴해 학계에 보고했다. 진 소장은 "조선족아리랑은 그들의 설움 탓인지 노래 끝에 가면 꼭 눈물을 찍어내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사할린에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아리랑을 수집할 계획이다.
진 소장은 "독일 노래 '로렐라이'는 분단시대 내내 독일민족의 공감대였다"면서 "부산아시안게임은 남북한이 '아리랑권'이라는 동일한 문화벨트를 갖고 있음을 전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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