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일화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끈 부분은 그가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초기에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 전지훈련에 임하면서 그는 가방 가득히 읽을 책을 싸들고 다니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측근이 밝힌 바 있다.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의 가방 속에는 또 다른 새 책들로 가득했다. 대표팀의 훈련 와중에도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새로운 작전을 구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거의 시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 어떤 문학인의 표현보다 더 함축적이고 예술적이었는데 사실 이러한 표현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히딩크 감독의 예술적인 표현은 독서의 소양이 낳은 수사학이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포연 가득한 전쟁터에서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던 초기의 전략전술은 대부분 그가 애독하던 로마시대의 역사서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독서의 힘은 한 개인의 역량을 고양시켜줄 뿐 아니라, 개인이 소속된 조직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며, 그 조직과 결속돼 국가의 힘을 전체적으로 끌어 올리게 된다. 독서력이 한 나라의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독서 역량은 얼마쯤 될까? 한국출판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연간 9.3권의 책을 읽는다. 이웃 일본의 18권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성인 남녀 가운데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22%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고생 경우도 9%에 달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독서량이 감소했다. 이는 지식기반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개인의 지적수준 하향화가 점점 우려되는 사태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지식정보화시대에 독서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필수과정인 동시에 반드시 생활화 되어야 하는 개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종사자의 지적 수준향상은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가 되고 있다.
독서를 통한 전문지식 습득은 물론 폭 넓은 교양의 축적은 기업의 고리인 인간관계 형성에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한때 사원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종업원들의 독서역량을 승진에까지 반영했던 제도를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채택했던 것은 유용한 결과를 낳았으리라 믿어진다.
이제 책읽는 사회의 건설을 위해 기업 CEO들이 선두에 나서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그 뒤를 밀어 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개인과 기업,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고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손재완 영풍문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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