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시대를 반영한다. 청바지와 꽃무늬 셔츠가 1960년대 청년문화의 저항정신을 대변하듯 옷은 당대의 풍속과 정신세계를 엿보는 중요한 단서다.경기도 박물관이 11일부터 여는 '조선의 옷 매무새- 광주 고읍 의원군 일가 출토복식전'은 18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조선 상류사회 복식과 풍속의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회다. 선보이는 유물은 1999년 경기도 하남시 전주 이씨 인평대군파 묘역에서 출토된 인평대군의 손자 의원군(1661∼1722)과 안동 권씨(1664∼1722) 부부 및 의원군의 5대손 이연응(1818∼1879)의 것으로 같은 해 경기도 박물관에 기증돼 2000년 복원 보존처리를 하고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출토된 복식 50여점과 염습제구 등의 재현품 등 약 150여점.
전시회를 주도한 경기도 박물관 심영신 학예연구사는 "조선후기 출토복식이 여러 건 있으나 이번에 선보이는 유물들은 소장자의 생몰년도와 가문이 명확한데다 남녀의 복식이 빠짐없이 완벽한 세트로 출토된 것"이라며"약 150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난 조선후기 최상류층의 복식과 풍속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복식사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의제작 풍속이다. 의원군 출토유물만 해도 수의를 고인이 원래 입던 평상복을 그대로 사용했다. 반면 이연응 때에 오면 오늘날의 장례풍속처럼 수의용 옷을 따로 제작한 것은 물론 고인의 신체치수보다 과장되게 크게 만들어 사자의 신체를 과장하는 풍속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옷감은 의원군 부처 유물의 경우 중국의 신종황릉에서 출토된 옷감과 똑 같은 것이 사용돼 당시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와 최상류층의 호사스런 복식생활을 엿보게 해준다.
이밖에도 여성용 저고리의 등길이가 18세기 초만 해도 44㎝정도로 등허리부분까지 길게 내려왔으나 19세기 말에 이르면 21㎝로 젖가슴이 노출될 정도로 짧아져 조선후기에 들어 여성의 사회활동성이 억압됐음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회는 12월8일까지 계속되며 이달 25일에는 출토복식을 응용한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의 패션쇼가 야외전시장 무대서 열린다. (031)285-2051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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