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안되면 글이라도…'3일 오후 부산 아시안게임 농구경기가 열린 금정체육관. '아시안게임 흥행몰이꾼' 북한 미녀응원단이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는 동안 시민 수백명이 몰리면서 온갖 진풍경이 연출됐다.
북한 미녀들과 눈이라도 마주치기 위해 언니, 누나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지만 버스 창문에 가로막혀 무용지물이었다. 한 대학생은 미리 준비해온 종이에 '주소가 어디예요. 편지 보낼께요'라는 글을 써서 보여줬다.
북한 응원단이 가는 곳에 때아닌 필담(筆談)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이 부산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시민들과 북한 응원단이 그나마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곳은 응원단이 이동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 대기중일 때. 하지만 버스 창문이 분단의 철책처럼 견고하게 이들 사이를 가로막자 시민들이 아예 글로 써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 큰 종이에 글을 써서 보여주지만 창문 가까이 있는 시민들은 창문에다 대고 직접 글을 쓰는 편. 신세대들은 '핸드폰족'답게 핸드폰에다 문자를 찍어 보여주는 기발함도 연출하고 있다. 부산하게 핸드폰 문자를 찍어 차창에 들이밀던 부경대학생 김모(22)씨는 "핸드폰으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찍어 보여주니 북한 여성이 수줍게 웃더라"며 "가까이에서 한마디 말이라도 나눠보고 싶은데 들리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미녀 응원단 구경 나올 때는 필기도구가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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