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3일 대전과 천안에서 열린 대전, 충남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23일 강원 선대위 발대식까지 이어지는 21일간의 지방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 후보와 고위 당직자들은 이날 시도별 선대위가 충청권에서 첫 발을 내딛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느라 애썼다. 반면 지난 지방선거 유세 때와 달리 자민련에 대한 비난은 철저하게 삼갔다.이 후보는 "대전, 충남에서 첫 출발을 한다"며 잠시 말을 끊어 비장한 심경을 내비친 뒤 참석자들을 '전사'(戰士)라고 부르며 "땀과 눈물, 모든 것을 쏟자"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충청 천도론'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후보는 '충청 천도론'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농가부채 탕감 공약에 빗대 "지키지도 못할 허튼 약속이자 거짓말"이라며 "지난 대선 때 내각제 약속에 이어 충청인을 또 다시 좌절과 분노에 빠뜨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대전, 충남 중소기업청 설치 등을 약속한 후 "첨단 지식기술 산업 중심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반도시로 가꾸겠다"며 '과학기술 수도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고위 당직자들은 이 후보의 충청 연고를 부각하며 정 의원 때리기에 힘을 쏟았다. 서 대표는 자신과 이 후보, 김용환(金龍煥) 선대위 공동의장,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이 모두 충청 출신임을 내세워 박수를 끌어 냈다. 이어 "김 대통령이 정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것은 현대를 통한 엄청난 대북 뒷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공작"이라며 "돈으로 대통령을 사려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절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 최고위원은 "충청인의 50년 한을 풀 사람은 충남 예산 출신의 이 후보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지역정서를 부추겼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자민련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국민 연합을 통한 대통합의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나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있다"고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다.
/대전=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