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고양동에 사는 주부 강모(36)씨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서울로 위장전입시키기로 결심을 굳혔다. 4년을 기다리던 중학교 설립이 최근 건설교통부가 그린벨트 내 학교부지를 풀어주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1시간 통학 거리에다 위장전입까지 해야 하지만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는 콩나물시루 같은 학교에 배정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무분별한 난개발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학교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경기 부천, 용인, 안산, 고양시 등 수도권 지역 학교 증설계획이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잇달아 취소돼 학부모, 학생들을 다시 기약 없는 학교난으로 내몰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난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내년 개교를 목표로 했던 초등학교 39개, 중학교 26개, 고교 19개 등 84개교의 절반인 42개교가 부지확보를 못해 설립 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특기 수업이요? 숨부터 막혀요."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2동에 자리한 B초등학교. 몇 년새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서며 1만여 세대가 유입, 학년당 13개 학급에다 교실마다 45명의 학생들로 꽉 차 폭발 직전이다. 하지만 2년여 숙원이었던 이 지역 초등학교 증설은 최근 지주의 부지 매도 거부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이 학교 김모 교사는 "교실에 들어서면 숨부터 막히는 현실에서 특기적성 수업은 꿈도 못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교사도 "교육 기자재를 들여놓을 곳도 없다"고 푸념했다.
지주와의 매매협상이 안 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 상당수는 건교부나 지자체 등과 사전 협의도 없이 그린벨트 내에 학교부지를 마련키로 했다 물거품이 됐다.
■난개발 못따라가는 학교 증설
수도권 지역은 40명이 넘는 과밀학급 수가 1만4,000여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방자치단체의 앞뒤 안가리는 사업승인으로 아파트는 꾸역꾸역 들어섰지만 정작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고려치 않은 결과다. 더욱이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려면 학교부지를 확보하도록 한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등 관련규정이 버젓이 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2,000세대 이상일 경우 시행자가 학교부지를 확보토록 한 규정을 피해 1,700세대만 짓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개발 이익만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고, 교육당국은 뒷북수습에 허둥대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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