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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음, 나 스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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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음, 나 스타예요

입력
200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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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가 열리는 한 극장에서의 대화. "저 여자 누구야." "연예인인가 보네." "어떻게 알아?" "어두운 데 선글라스 썼잖아." 그러고 보니 연예인들이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남의 시선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시선을 끌기 위한 작전?동네 꼬마가 TV에 출연한 것을 본 A씨가 아이의 어머니에게 물었단다. "개똥이는 요샌 TV에 안 나오나요?" 어머니 (근심스런 표정으로) 왈 "걔가 요즘 슬럼프야." 아니, 한 편 출연하고 슬럼프?

연기자는 대중들에게 꿈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꿈 속에 빠져 사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비록 대중들에게는 이름조차 희미한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자존심은 상당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혹은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 연기자들 때문에 고생하는 제작자나 마케팅 담당자들은 속이 탄단다.

곧 개봉할 한 영화는 이렇다 할 주인공 대신에 고만고만한 여러 배우들이 출연, 마케팅 담당자는 대체 누굴 내세워야 최상의 홍보가 될 것이냐 노심초사. 그러나 배우들은 "다른 영화 촬영에 바쁘다" "누구와는 같이 인터뷰 안한다" "신문은 하지만 방송은 사절이다" "하루 인터뷰하면 다음날은 쉰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짱을 튕기고 있다. 영화사가 사정사정해 TV 스케줄을 잡으면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하는데 이 배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스포츠 신문의 열렬 애독자 뿐. 이건 다행이다. TV에서 중견 연기자로 굵직한 역만 맡아왔던 B씨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대사를 하는데 얼굴이 잘린다"고 투덜거리고, 심지어 지나친 애드립을 삼가 달라는 감독 주문에 "내가 바지저고리냐"며 호통을 쳐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는 후문. 개봉 후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 연기자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했으나 반응은 썰렁. 이건 지난해에 영화에 데뷔한 탤런트 C씨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왜 마케팅 담당자들은 "당신은 아직 이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적으로 입이 안 떨어진다, 하루 아침에 뜨는 게 스타인데 지금 솔직하게 말했다 관계가 나빠질 이유가 없다, 매니저의 눈치가 보인다 등등이 그 이유. 때문에 연기자들은 오만할대로 오만하다가 나락에 한 번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의 '액면가'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연만 시켜주세요, 네?"하던 그(녀)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글쎄 뭐랄까. 생각 좀 해보죠 뭐, 시간나면." 컷!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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