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앞날이 보장된 경찰 최고위급 간부가 돌연 "불교에 귀의하겠다"며 미련없이 현직을 떨치고 나가 관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서울경찰청 차장 김기영(金奇榮·54·사진·간부후보 23기) 치안감은 2일 명예퇴직 신청과 함께 휴가원을 낸 뒤 짐을 챙겨 서울을 떠났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 강동서장, 서울경찰청 형사·경비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치안감은 다음 정기인사 때 부산 등의 지방경찰청장이 유력시되던 엘리트 경찰간부. 이 때문에 이날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과 이대길(李大吉) 서울경찰청장은 "조직을 위해 조금만 더 일해달라"고 퇴직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김 치안감은 승려의 아들로서 일찌감치 불도와 맺어진 인연을 끊지 못했다. 대학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평소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물려주신 절이 다른 이에게 넘어간 것과, 업무 때문에 절에 자주 못가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언젠가는 혼자서라도 절로 가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후배간부가 전했다.
부인 곽정선(郭正善·50)씨는 "남편이 요즘 자주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만 '갱년기라서 그런 모양'이라고 가볍게 넘겼다"고 놀라워 하면서 "아무런 말이 없다 갑자기 점심 때 전화해 '일을 그만뒀으니 대구나 다녀오겠다'고 말하곤 떠났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행정자치부에서 명예퇴직이 받아들여지면 치안정감으로 1계급 승진과 함께 퇴직하게 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