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으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체제의 관계에 대한 혼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 혼동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또한 부시 대통령이 말한 대로 둘 다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사악하며, 똑같이 파괴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새로운 종교 테러리즘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는 기존의 오해만을 강화할 뿐이다.
후세인이 핵폭탄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려 하고 걸프만 지역을 지배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이라크 공격은 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이 아니라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는 분명한 동지가 아니다. 사실 그들은 원래 적이다. 알 카에다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세속적 무슬림 통치자와 그들의 체제가 신자들을 핍박하고 이슬람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반세기 동안 이집트의 나세르와 사다트(전 대통령), 무바라크(현 대통령)나 시리아의 아사드(대통령), 알제리의 군부, 심지어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족 통치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이슬람 혁명론자들의 지상목표였다. 현재의 지하디스트(미국과 이스라엘 등에 대한 성전·聖戰을 주창하는 이슬람 혁명론자)들에게 후세인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하기를 거부하고 체제에 반대하는 수니·시아파 종교 지도자들을 상습적으로 죽여 온 위험한 세속주의자 중 하나일 뿐이다.
중동의 다른 통치자들과 마찬가지로 후세인은 알 카에다나 그들과 유사한 성향의 무슬림들이 자기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따라서 공동의 적인 미국에 대항하는 데 있어 그들과 협력하는 데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이는 1990년대 미국 정보계통의 평가이기도 했다.
98년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스태프들에게 이런 판단이 맞는지 알아보도록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정보를 모두 재검토했지만 둘 사이가 주목할 만한 관계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한 가지 간접적인 연계가 드러나기는 했다. (알 카에다 수괴인) 오사마 빈 라덴이 투자한 수단이 화학무기를 획득하려는 과정에서 이라크의 기술에 의존한 것처럼 보이는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또 이라크는 친미 쿠르드족을 뿌리뽑기 위해 북부 쿠르디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후세인이 정책의 근본을 바꿨다는 다른 징후는 없다.
알 카에다와 후세인의 관계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이라크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자는 주장은 약해지는 반면 우선 지하디스트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이라크와 전쟁을 하게 된다고 해도 여전히 후세인에게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나라가 있고 그런 사실이야말로 그의 모든 판단을 좌우할 것이다. 반면에 빈 라덴은 무슬림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떠들어왔다. 9·11 이후 아무도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핵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전이 지하디스트들의 명분을 살려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체제가 위협받으면 후세인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넘겨줌으로써 금기를 깰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슬람 국가를 공격하는 미국의 이미지가 중동과 남아시아 방방곡곡에 전파를 타고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이슬람과의 전쟁에 나섰다는고 한 빈 라덴의 주장을 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1991년 이라크와의 걸프전은 무슬림들이 알 카에다를 만드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우리는 자만해서는 안되며 다음 전쟁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또한 지하디스트들의 폭력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가정해서도 안될 것이다.
대니얼 벤자민 미국 국제전략 연구소(CSIS) 선임연구원/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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