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투기과열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 현상은 1980년대 말에 있었던 전국적인 주택부족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경기부양대책과 저금리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1989∼1990년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개발과 200만호 주택건설, 토지공개념 도입 등 강력한 투기억제대책 영향으로 91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었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뤄진 대규모 공사로 건자재 파동이 일고, 난개발로 교통문제를 야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부동산 상황은 주택의 절대량 부족보다는 입지성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수급불균형, 저금리나 각종 세제지원 등에 기인하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투기과열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9·4주택시장안정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열기가 뚜렷하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저금리정책, 주식시장 불안 등으로 부동산 외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정책의 이슈 중에 서울시가 재건축아파트 투기를 잡기 위해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 20년에서 40년으로 조정하려는 이유는 첫째, 재건축이 투기수단으로 변질,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서울권 재건축 아파트가 14만 가구에 달하며 앞으로 10년 내에 30만 가구 이상이 그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분석할 때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40년 이상 최장 100년인데 20년도 채 안 된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헐어버리고 재건축을 할 경우 매우 큰 사회적 자원낭비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셋째, 단독주택을 비롯한 노후 콘크리트 건물도 재건축을 위해서 최소 40년 이상의 기준을 적용 받는데 더 튼튼하게 지었을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에 대한 재건축에 20년 이상의 기준을 적용, 민간주도의 사업성을 중시한 시장논리만 적용돼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요한 방법으로 주택투기억제 및 도시 주거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재건축 방식을 지양하고, 선진국에서 일반화 해 있는 리모델링 등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관련 시장의 여건과 제도적 문제로 인하여 거의 활성화하지 않고 있으나 물량규모나 성장잠재력 측면에서 앞으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은 단기적 투기과열 부동산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재건축 및 리모델링 시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신뢰성이 있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파트 재건축 투기억제정책을 위해서는 당연히 부동산 관련 세제혁신도 선행되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의 인상이 필요하며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의 정확한 징수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부동산 거래시 관행적으로 이중계약서를 작성, 실거래가가 포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일화한 계약서 작성을 적극 도입하는 등 부동산 유통시장의 공정·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문제다. 현 부동산 투기는 IMF 이후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기조에 정부 당국이 부동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시작되었다. 국가경제를 활성화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부동산 과열을 초래했다. 부동산가액 평가기관, 즉 건설교통부 행자부 국세청 등이 일관성 없는 미봉책을 남발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주택공급과 신도시 건설, 세제개편, 교육여건 개선 등은 부처간 유기적 협조를 필요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이야말로 대통령 및 국무총리 산하에 부동산 관련 총괄부서를 설치해서 부동산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국민들이 정부정책에 신뢰성을 갖고 따를 것이다.
이성근 경희대 부동산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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