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은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애매한 화법을 구사했으나 상당수 질문에서는 다른 토론회보다는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특히 1992년 대선 때의 '부산 초원복집 사건'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웠고, 시중의 소문을 꺼내 질문할 때는 "공평하지 못한 질문"이라며 맞받아쳤다. 1992년 대선 당시 현대그룹의 개입이나 자신의 잘못이 지적될 때는 과오를 시인하기도 했다.그는 '초원 복집 도청 사건에 관여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잇단 질문에 전혀 물러서지 않고 "대선 때 부산의 주요 기관장들이 모여 불법적 음모를 꾸미는데 신고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대중공업 주식 매입을 포함한 재산 형성에 대해 "1970년대 중반 주식을 매입했는데 나의 월급도 조금 보탰으나 아버님께서 도와주셔서 재산을 장만했다"면서도 구체적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부친의 재산 지원 규모와 상속세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주문에 "수학 공부를 못해서 숫자가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며 비켜갔다. 이에 패널로부터 "대학 때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수학에 약하다는 게 무슨 말이냐"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그는 '97년 대선 때 고(故)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500억원 또는 1500억원을 지원했다는 설이 있다'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하는 순간 대다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현대를 통한 '대북 4억 달러 지원설'에 대해서는 "특정 회사의 대변인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며 "조속히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이 9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현대그룹의 조직과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로 잘못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부하에게 냉혹하다는 얘기가 많다'는 지적에는 "저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모 문제와 관련, "현재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변중석씨)가 저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라고 생각한다"며 출마 선언 때보다 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책 분야에 대한 답변에서는 아파트 가격 인하, 쌀 수입 개방 문제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반면 통일 방안 등에 대해서는 "더 공부해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2시간 10 여분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정 의원과 패널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는 강신옥(姜信玉) 이철(李哲)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 등 정 의원측 참모들과 언론계 출신인 한나라당 강인섭(姜仁燮) 의원, 남영진(南永振) 민주당 대통령후보 언론특보 등이 참석했다. 정 의원의 부인 김영명(金寧明)씨는 지방 행사 일정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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