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일명 '배지 아저씨'로 불리는 미국인 다니엘 프리스버거(38)씨.지난달 27일 부산에 도착한 그는 매일 아침 선수촌으로 출근해 국기광장을 배회하며 각국의 선수, 임원들과 배지를 교환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다니엘씨의 베이지색 조끼에 주렁주렁 달린 세계 각국의 배지는 300여개. 양쪽 주머니에 불룩하게 들어앉은 것까지 포함하면 그가 갖고 있는 배지 수는 2,000여 개에 이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중학교 컴퓨터 교사로 일하는 그가 국제운동경기대회를 찾아 다니며 배지 교환을 시작한 것은 84년 LA올림픽서부터. 그 이후로 방학 때면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영연방대회 등 10여 차례의 대회를 따라다니며 15만개의 배지를 수집했다.
그의 철칙은 배지를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것. "배지 교환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 한번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배지를 8달러에 샀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가 가진 배지 중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북한 선수단의 한 임원과 교환한 북한대표팀의 붉은 배지. 그는 "남북이 함께 출전한 의미 있는 경기에서 얻은 배지인만큼 이것만은 절대 교환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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