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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잊고 싶은 3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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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잊고 싶은 3분기"

입력
200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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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지옥과도 같았던 9월이 지나갔다. 모든 경제지표를 덮어두더라도 악몽의 9월과 3·4분기가 지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주요 증시는 1일 긴 한숨을 내쉬었다.세계자본시장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를 뒤흔들 악재는 여전히 시커먼 구름을 드리우고 있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는 심리가 미약하나마 시장을 자극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모든 악재가 9월, 넓게 보면 3·4분기에 다 분출됐다는 점에서 10월 이후 4·4분기에 희망을 거는 분석가들도 적지 않다.

낙관론자들은 추가 하락의 폭은 그리 깊지 않은 대신 의외의 호재가 나오면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일로를 걷는 각종 경제지표와 부정적인 기업실적은 계속 증시를 짓누를 수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나스닥의 적정치는 600선' 과 같은 극단적인 전망치가 춤을 추고 여기에 투자자들이 휘둘릴만큼 허약한 투자심리가 증시안정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악몽의 3·4분기 세계증시

9월 및 3·4분기는 1930년대 초의 대공황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최악의 신기록을 봇물처럼 양산했다. 9월 마지막 장을 100포인트 이상 급락세로 마감한 뉴욕 다우지수는 9월 한 달 간 12%, 3·4분기 3개월 동안 무려 18% 폭락했다. 나스닥, S&P500 지수도 각각 11%, 20% 가량 급락했다. 다우와 S&P500은 가장 최근의 증시공황이었던 1987년의 블랙 먼데이 이후 한 분기 최대 하락폭이다. 9월 한 달만을 본다면 다우는 1929∼32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등락이 심한 나스닥은 이같은 '기록' 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폭 자체로는 20%로 두 지수를 능가했다. 2000년 3월 뉴욕 증시 절정기와 비교한다면 시가총액으로 8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유럽 증시는 더 참담하다. 영국 FTSE100 지수는 9월 12%, 3·4분기 20%, 독일 DAX30, 프랑스 CAC40 지수는 각각 25% 36%, 17% 28% 폭락했다. 특히 36% 하락이라는 독일 증시 성적표는 4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으로 기록됐다. 미국 경기의 불투명, 신흥기술기업 증시인 노이어마르크트 폐쇄로 인한 투자자 신뢰저하, 적녹연정의 세금인상 추진,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독일 증시는 유럽시장 중 앞으로도 가장 비관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킨 것은 소비위축이었다.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개인소비 증가세가 예상치인 0.5%에 훨씬 못미치는 0.3%로 나타나자 다우지수는 30일 한때 7,500선이 무너지며 7월 24일 장중 저점인 7489.50 을 하향 돌파하기도 했다.

뒤이어 나온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의 9월 지수(PMI)도 2월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인 48.1로 집계돼 시장을 급냉시켰다. 경기 확장과 수축을 구분짓는 50선 아래로 떨어진 점을 시장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기업실적 부진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잣대인 소매업체 월 마트가 9월 점포판매 전망치를 하향조정, 유통업계 전반의 주가하락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본격화하는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앞으로의 장세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적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세이다. 메릴린치가 30일 전망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미국 경제성장률은 4·4분기의 경우 예상치 3.5%에서 2.5%로, 내년 1·4분기는 4.1%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진 2.5%로 하향 조정됐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측은 1일 미국의 9월 제조업 활동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성장과 위축의 분기점인 50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같아지는 유럽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0월 4일자)에서 "미국 증시와의 동조현상이 유럽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 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증시의 상관계수는 90년대 중반 0.4에서 90년대 후반 0.9로 높아졌다. 상관계수 0은 두 비교 대상이 무관함을, 1은 완전일치함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이제 미국과 유럽 증시는 거의 같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무역자유화 흐름에 맞춰 북미 시장에 적극 진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북미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주 원인이다. 내부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운용 탄력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해 훨씬 뒤처진다는 점과 대표적인 거품으로 꼽히고 있는 통신업체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도 유럽증시 폭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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