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고향에서 온 우리 딸 같지."1일 오전 북한과 대만의 여자 소프트볼 경기가 열린 부산 구덕야구장. 6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관중석 왼쪽 상단에 모여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통일 조국'을 외치고 있었다. 70∼80대의 연로한 나이지만 북한 선수단 서포터스로 나선 이들은 모두 고향을 북에 두고 있는 이북5도 연합회의 실향민들. 이날이 첫번째 북한팀 응원으로 북에 대한 한(恨)이 절절히 맺힌 이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평양이 고향인 서광호(徐光昊·70)씨는 "북 선수를 응원하게 될 줄은 꿈도 못 꿨다"며 "다들 우리 딸 같은데 열심히 응원해줘야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함경남도 혜산 출신으로 1·4 후퇴 때 가족을 두고 홀로 남으로 내려왔다는 최형진(崔亨鎭·80)씨는 "북에서 온 어린 선수들을 보니까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에서 온 일반 주민들이야 만나면 반가울 수밖에 없지"라고 말했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평남 순천이 고향이라는 김순찬(金淳燦·80)씨는 "북이 돈이나 얻겠다는 심산으로 가면을 쓰고 내려오면 안된다"며 "평화적으로 통일할 생각으로 진실되게 나와야 환영도 하고, 도와도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환호소리에는 이념도, 분단의 한도 모두 녹아버린 듯했다. 할아버지들은 "이게 야구랑 뭐가 다른 거야"라며 생소한 소프트볼 경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북한 선수들이 대견스러운 듯 연신 "잘한다" "힘내라"를 목청껏 외치며 웃음꽃을 피웠다.
/부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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