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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토해낸 핏빛 생명력/홍재표 "진사도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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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토해낸 핏빛 생명력/홍재표 "진사도예전"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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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기를 청자, 분청, 백자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일본의 '못 박기'였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진 진사(辰砂)야말로 중국과 일본을 앞선 한국의 고유 도예였지요." 도예가 토정(土丁) 홍재표(洪在杓·70)씨는 "청자나 백자는 물론, 화려한 중국의 진사와도 다른 우리 고유의 진사야말로 도자의 꽃"이라고 강조한다.12세기 이후 꽃피었던 고려 진사의 전통을 되살린 장인인 토정이 12일까시 서울 사간동 불일미술관에서 진사를 위주로 고희 기념 도예전을 연다. 진사는 구리를 유약 재료로 써서 1,300∼1,500도의 고온에서 구워내 '꽃자줏빛의 붉은 색'을 띤 도자기를 말한다. 화려함을 배격한 유교의 영향 때문에 조선시대 이후 자취를 감췄고 한국도자사에서도 청자나 백자만큼 조명을 받지 못했다.

토정은 50여년 간 진사 재현에 몰두했다. 열세살 때부터 가업을 이어 흙작업을 하던 그는 1979년 경기 이천에 이조요(李朝窯)를 세우고 진사를 재현하기 위해 가스가마의 사용을 거부하고 장작가마만 고집했다. 산화구리, 돌가루와 나무재 등을 배합한 유약을 바르고 이틀을 구우면 가마 안 장작불의 자연적 변화(요변·窯變)에 따라 도공 자신도 미리 알 수 없는 진사의 색과 무늬가 나타난다. 가마 안뿐 아니라 바깥의 기온 등 날씨도 진사의 완성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작품이 되어나오는 확률은 5%에도 채 못 미친다.

토정은 "진사는 붉은색이 생명"이라며 "붉은색이되 닭의 피(鷄血·계혈) 같은 선홍색, 우리 전래의 오방색(五方色)이 섞여 만났을 때 이 색은 우러난다"고 말했다. 손으로 그린 문양이 전혀 없이 장작불의 변화에 따른 우연의 효과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불이 토해낸 부분은 붉고, 불이 잡아먹은 부분은 색이 바랜다." 이번 전시회에는 힘들게 얻어낸 진사 14점과 역시 나무가마에서 구워낸 백자, 분청자기를 선보인다. (02)733-5322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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