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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北동포여, 한라산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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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北동포여, 한라산으로 오라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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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산 아래 호수로 내려갔다. 티끌 하나 없는 맑은 물. 얼굴을 집어넣었다. 머리 속까지 시원해졌다. 엎드린 채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뱃속마저 깨끗해지는 듯했다.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산천어로 만든 어죽이었다. 구수한 냄새가 눈물샘까지 자극했다.술잔이 몇 차례 돌자 이곳 저곳에서 노랫가락이 나왔고 덩실덩실 춤판이 벌어졌다. 케이블카가 걸린 산은 북한의 백두산 장군봉, 맑은 호수는 천지, 죽을 끓인 산천어는 두만강에서 헤엄치던 것이다. 꿈 이야기냐고? 정말 꿈 같이 가물가물해진 기억이다.

2000년 가을, 남북관계가 화해의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 교차관광이 논의됐다. 남측은 백두산을, 북측은 한라산을 각각 관광한다는 계획이었다. 남에서 북으로의 관광은 이루어졌다. 9월말 남측 100명이 백두산으로 날아갔다. 1주일간 백두산 자락을 샅샅이 돌아다녔다. 꼭 2년 전의 일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머리가 무거울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한의 관광자원이다. 특히 백두산 자락은 골짜기마다 비경이요, 훼손되지 않은 원시의 숲이다. "남측의 인프라가 보태지면 동북아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특구 백개가 생겨도 이보다 효율적이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북측의 한라산 관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남북 교차관광은 감감 무소식이다.

철도 연결을 위해 지뢰를 걷어내고 있다. 비자 없이도 신의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파격적인 뉴스도 있다. 부산 아시안게임은 아예 '남북화합 게임'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다시 교차관광의 논의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2년 전 무산된 북측의 한라산 관광이 새로운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한라산에 단풍이 들 시기다. 먼저 청해보자. 한라산으로 오라고.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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