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金大業)씨가 지난달 검찰에 2차로 제출했던 녹음테이프가 보이스펜(볼펜형 녹음기)에서 최초 녹음한 '원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녹음테이프 '진본(眞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도술씨 목소리의 동일인 여부에 대한 검찰의 재감정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2차 제출 테이프는 복사본
검찰은 김씨가 지난달 30일 김도술씨 녹음테이프를 2차로 제출한 이후 한달간 정밀 성문(聲紋)분석 작업을 벌여왔다.
김씨가 8월12일 1차로 제출한 테이프는 '음질이 불량해 편집·조작된 흔적은 없지만 김도술씨 목소리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2차 테이프를 제출하면서 "1999년 3∼4월 김도술씨의 진술을 보이스펜에 녹음한 뒤, 당일 또는 그 다음날 곧바로 보이스펜에서 직접 옮긴 테이프"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검찰이 소니코리아 실무자 정모씨를 소환 조사한 결과, 이 테이프는 소니사가 2001년 제조한 제품인 반면 1차 테이프는 99년 제작된 제품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2차 테이프는 김씨의 말과는 달리 '원본'이 아닌 복사본인 셈이다.
■녹음테이프 제작 경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씨는 "99년 3∼4월 보이스펜에서 직접 옮긴 1차 복사본(원본) 2개를 만들어 이중 1개를 지난달 12일 검찰에 제출하고 나머지 1개는 호주의 동생에게 맡겼다"며 "1차 제출한 테이프의 성문분석이 실패해 지난달 말 동생이 갖고 있던 나머지 1개를 받아 5∼6개의 2차 복사본을 만든 뒤 이중 1개는 검찰에, 나머지는 방송사와 변호사에게 건넸다" 고 설명했다.
검찰도 지난 주 김씨를 소환, 2차 테이프는 보이스펜에서 옮겨받은 다른 원본 테이프의 2차 복사본이며 오히려 1차 테이프가 원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99년 당시 합동수사본부 수사팀장이던 고석(高奭) 대령을 믿을 수 없어 '보고용' 외에 '(자기)보호용' 2가지를 만든 뒤 보고하지 못하고 둘 다 보관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판정불능 가능성 커져
녹음테이프의 '원본'논란은 김씨 진술 전반에 대한 신빙성 의혹과 함께 조작·편집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김씨측은 "원본이냐 여부 보다는 녹음내용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 상대적으로 녹음상태가 좋은 2차 테이프를 원본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사본을 원본으로 제출했다는 도덕적 비난은 면키 힘들게 됐다.
또 2차 테이프가 복사본으로 판명됨에 따라 검찰의 재감정 결과도 '판정불능'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한인옥(韓仁玉) 씨가 김도술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면제를 청탁했다'는 녹음테이프 내용은 증거능력을 상실하게 돼 병풍수사는 또다시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도술씨에 대한 방송사 인터뷰 테이프가 추가로 확보됐고 2차 테이프의 녹음상태가 1차 테이프에 비해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재감정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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