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문화개혁시민연대로부터 1일 연예 비리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브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니,아직 수사도 안 끝났잖아요?” 하니 “수사가 일단락되었다고 봐야지요”라는 대답이었습니다.그러고 보니 이른바 연예계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도 벌써 넉 달째입니다. 하지만 8월말 담당 부장검사가 바뀐 후로는 날마다 나오던 수사 속보도, 구속되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일단락’이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닙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수사는 가요계 전반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원상을 회복한 듯 하지만, 속으로는 음반 제작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등 불황의 골이 깊습니다. 넓게 보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피해지요.
“도대체 수사가 언제 끝나냐”는 하소연은 대개 “수배 중인 사람을 잡아야 끝난다”로 결론이 납니다. 하지만 은경표 전 MBC PD를 비롯한 수배자들은 몇 달째 도피 중이라 못 잡는 게 아니고 안 잡는 거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해외 체류 중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이메일 등을 통해 평소처럼 회사 일을 원정지시 하고 있다지요.
지지부진한 수사도 수사지만, 일단락 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과연 수사로 무엇이 달라졌나를 생각해보면 더 문제입니다. 타의에 의해 “업계의 구조를 바꾸겠다”던 검찰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관계자들에게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없죠, 뭐”라는 답입니다.
PR비도 “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을 뿐”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요즘도 PD에게 ‘어떻게 지내냐, 한번 보자’는 느닷없는 전화를 받는다. 찾아가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 간다”고 털어놓는 매니저도 있습니다.
이제야 처음 수사 발표가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또야. 연예인이 뭐 동네 북이야” 했는지, 무조건 “일단 피하고 보는 게 남는 거다”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조폭 일제단속’처럼 죄 지은 사람이 아니라 죄를 짓는 몇몇이 속한 업계 전체를 단기간에 때려잡기 식으로 하는 수사는, 명확한 기준과 공정성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할 뿐이라는 걸 이제는 검찰도 알아야 합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좀더 제대로 된 수사가 있었더라면, 가요계의 대안 모색도 더 큰 힘을 얻지 않을까요.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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