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감사와 통외통위의 통일부 감사에서는 '4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을 둘러싸고 한 때 정회소동을 빚는 등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간에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원 자금의 군비 전용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면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일제히 촉구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도 정부가 속히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맞섰다.법사위 대검감사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현 정권 고위층과 국정원이 산업은행에서 대출한 4,900억원을 자금세탁해 북한에 건네준 것은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대북 퍼주기를 넘어 국기를 문란케 한 행위"라며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해 남북교류의 바람직한 질서를 세우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북한에 보내진 돈이 군사비로 전용됐다는데 이는 북의 군사력을 강화시켜 우리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도록 이적행위를 자초한 것"이라며 관련 계좌 추적을 요구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나아가 "박지원 한광옥 이근영 이기호 진념 임동원 박상배 등 사건을 공모한 관련자 전원을 출국금지하고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건을 총괄 지휘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현행 법으로 대통령 소추가 어렵다면 수사나 내사라도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남북문제는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자주적으로 추구한다는 기조에서 접근돼야 한다"면서 "북한의 실체를 과대포장해 긴장을 조장하는 매카시즘적 행태는 구한말 국권을 침탈 당한 수구파들이 저지른 역사적 범죄의 재범"이라고 공박했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듭된 수사 압박에도 "현재로선 의혹만 제기된 채 구체적 사실로 확인된 것이 없다"며 버텼다.
통외통위 통일부감사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10년 동안 훈련을 제대로 못했던 북한군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100㎞가 넘는 지역에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면서 "비행훈련도 50%나 증가하는 등 2000년 한해 북한군의 훈련이 그 전 5년 동안의 훈련보다 많았다"고 주장했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뒷거래로 정상회담을 만들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웅규(曺雄奎) 의원도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98년 이후 현대가 북한에 비밀리에 제공한 현금이 총 8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결국 돈으로 남북관계를 구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추미애(秋美愛) 이창복(李昌馥) 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정치적 이해 때문에 한반도 평화에 찬물을 끼얹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다목적 정치 협잡극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답변에서 사실확인을 유보한 채 "지난 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빨리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비껴 나갔다.
정 장관은 또 "CRS 보고서는 연구원이 의원 참고용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고 '비밀 대가가 추가 지급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현대가 부인했다'고 부연했다"고 지적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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