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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죽은 아내 영혼이 딸의 몸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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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죽은 아내 영혼이 딸의 몸속으로…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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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영혼을 갖고 있는 딸과 아버지의 이상한 동거. 근친상간의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이 자극적인 줄거리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를 소재로 삼은 우리 영화 '중독'이 베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일본영화 '비밀(秘密)'이 개봉한다.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99년 일본 홍콩 대만에서 동시 개봉한 이 영화는 사실 사랑에 관한 영화를 찍고 싶은 감독이라면 누구라도 베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자극적 소재를 로맨틱한 드라마로 변주해 도덕적 비난에서 벗어나면서도 재미를 안긴다.

뤽 베송이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해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을 진행중일 정도.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의 영혼이 딸 모나미(히로스에 료코)에게 들어온 것을 확인한 순간, 아버지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는 당황스럽다. 그러나 모나미는 두 사람의 첫 키스와 첫날 밤 등 둘만의 비밀을 고스란히 알고 있다.

영화는 아버지와 육체적으로는 딸이면서 정신적으로는 아내인 두 사람의 기이한 동거 관계를 발랄하게 그려낸다. 18세 소녀의 몸을 갖게 된 아내는 치마를 줄여 입고, 남학생과 데이트를 즐기지만 때로는 남편이 자신의 선생님을 좋아할까 봐 질투심까지 내비친다. 이런 과정이 로맨틱 코미디처럼 가볍고 코믹한 터치로 그려져 부담스러운 소재에 마음껏 빠져들게 한다.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동거에서 초조해지는 것은 결국 남자이다. 아버지는 대학에 들어간 딸이 남자 친구를 사귀자 전화 도청, 미행을 일삼고 결국 큰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위기도 잠시. 딸의 몸에 들어왔던 아내의 영혼은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한다. '비밀'이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와 마지막 또 한 번의 반전을 염두에 둔 제목임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영화는 근친상간이라는 자극적 소재에 함몰되는 대신 세대간의 갈등을 축으로 이야기를 풀고 대신 섹스 코드는 최소화했다. 사라진 아내의 육신과 딸의 영혼에 대한 애도나 슬픔의 감정도 지나치게 배제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심리적 갈등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 '철도원'의 주인공인 히로스에 료코가 아내이자 딸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고, 갈등이 많은 남편이자 아버지 역의 고바야시 가오루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감독은 다키타 요지로. 15세 관람가. 1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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