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왕하이빈(29)이 한국 펜싱을 두 번 울렸다. 29일 오후 6시30분 부산 강서체육관 펜싱장. 4강전에서 김영호(31·대전도시개발공사)는 방콕아시안게임 펜싱 플뢰레 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왕하이빈을 다시 만났다. 당시의 아픔을 설욕할 각오를 다졌다. 예선전서 2―5로 패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초전이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한 김영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에 유독 강한 왕하이빈을 맞아 칼을 뻗었으나 역습에 밀려 먼저 실점하고 말았다. 다시 연속 공격을 허용, 점수는 어느덧 0―5로 벌어졌다. 마스크를 벗고 땀을 닦으며 정신을 가다듬은 김영호는 특유의 호쾌한 공격을 앞세워 6―9까지 쫓아갔으나 장신을 이용한 상대공격에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연속 5점을 헌납, 결국 9―15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준결승서 중국의 우한시옹(21)에 10―13으로 뒤지다 연속 5득점으로 15―13의 극적인 승리를 따낸 김상훈(29·울산시청)은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간밤에 좋은 꿈을 꿔 예감이 좋았지만 상대는 존경하는 선배 김영호를 일축한 왕하이빈. 더구나 184㎝의 장신으로 달려들며 찌르기(프레시)나 역습(콩트르 아타크)이 모두 뛰어났다.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상훈의 출발은 좋았다. 먼저 실점했지만 공격으로 2―2 동점을 만든 김상훈은 막고 찌르기(파라드)를 성공시켜 3―2로 뒤집었다. 상대 경고와 공격으로 6―4로 앞선 김상훈은 방심으로 6―7 역전을 허용했으나 뒤이어 팔을 뻗어 되받아치는 리뉴 아타크를 적절히 구사해 연속 5득점, 11―8로 경기를 뒤집어 첫 금메달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1분을 쉬고 맞이한 2라운드서 왕하이빈은 검객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번개 같은 공격으로 1점을 따라붙고 김상훈의 경고로 다시 1점을 추가, 11―10 턱밑까지 추격한 왕하이빈은 이후 분위기를 리드하며 내리 5득점, 대세를 가르고 말았다.
한국은 김영호와 에페의 구교동이 모두 3·4위전에서 패해 이날 펜싱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고 중국은 금 2, 은 1, 동메달1개의 초강세를 보였다.
/부산=아시안게임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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