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를 다루는 식품회사에 몸담은 지 올해로 어언 30년이 된다. 중후장대형의 기간산업이 아닌 식품업은 특히 작은 것을 많이 팔아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30년 동안 생산현장에서부터 개발, 판매, 마케팅 등 조직의 온 과정에서 줄곧 느껴온 것은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우연치 않게 접한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은 만화라는 선입견을 떠나, 어떤 고전보다도 정말 사소한 부문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책은 일류 초밥 요리사를 꿈꾸는 '쇼타' 라는 소년이 북해도에서 동경으로 초밥유학을 와서 전국규모의 초밥 경연대회에 출전, 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훌륭한 초밥요리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책은 일관되게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원칙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책을 접하면서 '전문적인 초밥요리사라도 과연 이 정도로 초밥에 관해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작가의 놀랄만한 장인정신에 감복했다. 칼의 상태와 사용법, 밥을 짓는 쌀과 물, 생선을 만질 때 손의 온도, 와사비(고추냉이)의 선별법 등 '밥 위에 얹어진 생선 한점' 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초밥을 만드는 데 숨어있는 노력과 정성이 피부에 와 닿았다. 세상 일이란, 작은 것의 차이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좀 더 좋은 초밥을 만들기 위해 고민과 좌절을 반복하는 '쇼타'의 모습에서 식품회사 경영자로서의 자세를 반추해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얼마만큼의 탐구와 노력으로 고객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며 '고객감동'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고 생각하는 정성이 고객감동으로 구현된다는 결론도 나름대로 내려봤다.
김주형 제일제당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