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 지금 나와 있는 대통령 후보들 다 마음에 안 들어 라고 어떤 분이 한탄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누가 봐도 대통령 감이다 라고 생각되는 사람, 열렬하게 지지하고 싶은 사람 어디 없을까.그 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국민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35% 내외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모두 열렬한 지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무현 후보는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을 무서운 기세로 사로 잡은 적이 있으나, 그 사람들은 다시 정몽준 후보 곁을 맴돌고 있다. 변화를 갈망하며 떠도는 국민의 마음을 붙들지 못하면 정몽준 후보의 치솟는 지지율 역시 내려갈 것이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 감인가. 이상적인 대통령 감이 혹시 어디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중에서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에 맞춰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은 '잘 난 사람' 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21세기의 화두는 리더십이다. 오늘의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국가를 이끄는 리더십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제일 덕목이다. 그러한 리더십은 카리스마나 자만심이나 화려한 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보통사람의 겸손과 두려움, 염치와 상식, 희망과 꿈 등을 갖추지 않은 리더십은 만인을 움직일 수 없다.
우리는 정부 수립 후 몇 명의 대통령을 겪으며 그들의 장단점을 경험해 왔다. 건국의 아버지, 도탄에 빠진 국가를 구한 혁명가, 쿠데타의 가능성을 뿌리뽑고 민주화의 토대를 닦은 대통령,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문민대통령, 민주화 투쟁에 평생을 바친 준비된 대통령 등으로 그들은 자신을 묘사했고 그렇게 평가 받기를 원했다. 그들은 나름대로 역사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들은 거의 한결같이 절대적 권위나 자만심에 기반을 둔 리더십으로 독선에 빠질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크고 작은 실정의 원인이 됐다.
지금 분명한 것은 누구도 그들의 시대나 리더십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 근대화라는 깃발 아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짓밟는 대통령,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법치가 아닌 인치를 서슴지 않는 대통령, 자신이 비난하던 전임 대통령들의 행태를 답습하는 대통령…. 그들이 만일 보통사람이 갖는 겸손과 두려움을 잃지 않았다면 자만심의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사람의 미덕이야말로 대통령 후보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대통령 후보들 중에서 누가 이런 미덕을 지닌 사람인지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상적인 후보가 없다고 냉소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과거에 우리는 각자 열렬하게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가진 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대통령으로 지지에 보답했던 것은 아니다.
각 후보들은 원칙과 정도, 상식의 회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로 뛰어드는 중요한 길목에서 이러한 기초적인 덕목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우리의 기반이 허술하다는 증거다. 기반부터 다지지 않으면 다시 모래성을 쌓게 된다. 대통령 후보가 과연 그런 덕목들을 중요시하며 살아 온 사람인지, 그런 덕목들을 되살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잠 못 이루는 사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엄청나게 발전했는지를 알고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도 아는 사람, 시대가 변했음을 인식하고 그 시대정신 속에서 자신도 예외일 수 없음을 아는 사람, 세계를 바라보며 국가가 나갈 길을 모색하는 사람…. 최소한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다.
보통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더 나은 사회, 더 잘 사는 나라를 꿈꾸며 전심전력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이면 된다. 결국 대통령을 완성하는 것은 국민이다. 그런 눈으로 후보들을 본다면 좀 더 편하게 좋은 후보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장명수/본사 이사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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