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의주 특별행정구역 발표는 충격이다. 향후 50년간 북한의 사회체제로부터 독립된 자본주의 실험을 하겠다는 김정일의 천지개벽 구상이 놀랍고, 양빈(楊斌)이라는 중국 자본가를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그의 행동이 충격적이다. 세계에서 제일 폐쇄적으로 통치되는 나라에서 도시 하나를 떼어내 밖으로 자유롭게 개방하고 안으로는 서로 접촉할 수 없게 장벽을 치는 일이다. 실패해도 그렇지만 성공해도 위험이 계속되는 일이다. 북한 경제가 얼마나 절박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주체사상을 금과옥조로 내걸고 통치했던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고, 또 그런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외국의 자본가, 그것도 아직 불안정한 이미지를 가진 벤처 자본가에게 자기나라 주권의 일부를 떼어주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김정일은 그것을 했다. 베일 속에 감춰졌다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꺼풀씩 벗겨지던 그의 성격과 의사결정 스타일의 결정판이다. 또한 그의 세계정세 판단 능력과 한계의 편린을 엿보게 된다.
■ 미국에서 연구하던 교수가 전해준 이야기다. 북한 외교관이 찾아와 미국 자본주의에 관해 한글로 쉽게 쓰여진 책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김정일 체제가 안정된 후 북한은 자본주의 세계와 교류하는 개방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던 흔적이다. 그러나 주체사상과 관료주의가 체질화된 북한 엘리트가 천지개벽을 이해하고 추진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김정일은 절감했을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를 추종하고 싶어도 그 개념을 모를 수밖에 없다. 행정장관에 외국인을 임명한 것은 일을 위해서나 대외신뢰를 위해서도 다른 선택이 없는 길이다.
■ 신의주 특구가 성공할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성공을 위해 풀려야 할 두 가지 의문은 말할 수 있다. 그 첫째 의문은 '왜 양빈인가'이다. 그는 사업 능력과 안목이 있는 사람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의 인물이다. 둘째, 대량 살상무기와 테러를 예방적 차원에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에게 김정일은 어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결단은 김정일에게 신의주 특구보다 몇 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중간 선의 타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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