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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佛 해외 송금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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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佛 해외 송금 가능했을까

입력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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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대북 비밀지원 의혹과 관련, 과연 현대가 4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소리 소문 없이 환전해 북한에 송금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가능했다면 어떤 방법이 동원됐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송금 가능했을까

정상적인 경로로는 이 같은 거액의 자금이 금융당국과 외환시장 관계자들에게 포착되지 않고 해외 송금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0년 5월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 직후였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외환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됐고, 외환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수천만달러만 돼도 거래실체가 쉽게 포착됐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시만 해도 일일 외환거래량이 15억∼20억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수천만 달러 사자주문이 나오면 순식간에 매수주체가 시장에 알려졌다"며 "4억달러를 소리소문 없이 환전, 해외계좌에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밀착감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령 환전을 했다 하더라도 직접 송금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이었던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에 문의한 결과 당시 현대 계열사에서 이 같은 거액을 해외로 송금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상선의 외부감사를 했던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차대조표상에 4,900억원을 차입한 것은 있지만 현대아산 등으로 건네진 '대여금'은 전혀 없었고, 대차대조표도 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법적인 송금 가능성

그러나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선 국내서 환전하지 않고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한 뒤 한나라당 주장대로 북한의 외화벌이용 해외계좌로 송금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현대 계열사의 해외법인이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 송금한 뒤 사후에 현대가 해외법인으로 이 돈을 송금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당시 현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서 해외차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금액을 나눠 환전한뒤, 무역거래를 위장해 송금됐을 가능성도 있다. 무역거래에 수반되는 해외송금은 한국은행에 별도로 신고할 필요도 없고 설령 한국은행 전산망에 기록되더라도, 여기에는 금액과 송금주체·해외계좌명만 나타나기 때문에 포착이 힘들다. 또 한나라당측 주장대로 대출금을 수표로 바꾸어 국정원에 전달, 외환시장을 통하지 않고 환전·송금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없는 이상 현대에 지원된 자금이 어떤 경로로 돌고 도는지 우리도 알 수 없고, 현대측이 대북 사업 용도라고 밝히면 우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며 "실제 대북지원이 이뤄졌다면 계좌추적을 통하지 않고서는 실체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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