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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初校 슬픈 운동회/"5명 자리 비워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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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初校 슬픈 운동회/"5명 자리 비워뒀는데…"

입력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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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대부분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학교에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딜 가나 자기 몸을 아껴서, 나라의 큰 일꾼으로 자라달라는 것 입니다."27일 가을운동회가 개최된 대구 성서초등학교. 재잘거리는 1,570여명의 아이들을 앞에 두고 이 승(李 昇) 교장은 가슴 저미는 개회사를 했다.

올 4월 부임한 이 교장은 26일 유골 발견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달려가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봤다. 교장을 비롯해 교사와 아이들 누구 하나 당시 사건을 직접 겪었던 사람은 남아 있지 않지만, '개구리소년' 선배들의 이야기는 여지껏 이 학교에 '슬픈 전설'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이 돌아올 것을 대비해 정원 외에 5명의 자리를 비워둔지가 벌써 12년째. 당시 사건 일지와 전단배포지·호소문 등 '개구리소년 파일'도 교무실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지금 학생들 역시 개구리소년들이 올랐던 와룡산을 즐겨 찾고, 그들이 공부했던 교실에서 공부하며 또 역시 그들처럼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라며 "TV, 신문에서 개구리소년들 사진이 보일 때마다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인 것 같아 섬뜩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휘날리는 만국기 아래 줄다리기와 달리기, 매스게임으로 흥겨운 운동회를 진행하던 중 전해진 '총기에 의한 타살 가능성' 소식은 운동장 곳곳에 작은 파열음을 냈다. 최한욱(10) 군은 "잘은 모르지만 너무 끔찍하다. 와룡산에 자주 갔었는데, 이제 가기 싫다"며 몸을 떨었다. 교사 배모(50) 씨는 "어찌 됐건 살아 있기를 바랐는데, 너무 마음 아프다"며 "사건의 진실이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순옥(39)씨는 "어제저녁 뉴스가 나오자 아이가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물었다"며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고 말했다.

/대구=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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