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정부 방침이 당초 '강제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대폭 후퇴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3사와 정유업계 등 대형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현행대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전망이어서, 상품권의 카드결제 허용안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다.재정경제부는 27일 상품권 발행자가 판매하는 상품권을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같이 수정, 11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수정안은 상품권 발행자가 '건전한 유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품권을 카드로 판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체들에 대해 사실상의 카드결제 거부권을 부여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 기간 중 대형 백화점 등이 상품권 유통 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카드결제를 반대해왔다"며 "이에 따라 상품권 발행업자의 선택에 따라 카드 결제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간 담합에 의해 상품권을 카드로 판매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공정거래위의 협조를 받아 시정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수정안은 또 '카드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의 경우 1개의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한도를 최고 월 100만원으로 정하고, 상품권 발행자가 아닌 상품권 매매업자(유통업자) 등은 상품권을 카드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형 백화점이나 정유업체들은 상품권 신용카드 결제를 당분간 시행하지 않을 조짐이어서 소비자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카드 결제 여부가 선택 사항으로 바뀐 만큼 상품권 카드 결제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중소형 업체들만 카드 결제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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