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을 끌어온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경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웃지 못할 갖가지 해프닝을 남겼다.1992년 5월 모 주간지는 개구리소년의 납북 가능성을 주장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가 쓴 이 기사는 "고정간첩이 개구리를 많이 잡아주겠다며 이들을 산으로 유인, 승용차편으로 동해안 영일만 쪽으로 데려와 공작선에 태워 납북했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95년에는 안기부 대구지부가 별도 수사팀까지 구성, 북한공작원의 소행가능성에 대해 2년여 동안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납북설 외에도 '외계인 납치설' 등 황당한 추측이 난무했고 100여명이 넘는 내로라 하는 역술인들이 엉터리 점괘를 내놓아 애꿎은 땅만 파헤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한 사이비 종교 신자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땅을 마구 파헤쳐 경찰에 고발됐다. 93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 범죄심리학과 김모 연구원이 "개구리소년이 실종된 김종식 군 아버지에 의해 집에 암매장 됐다"고 주장, 달서구 이곡동 김군 집 보일러실 등을 파헤치는 등 소동을 벌였고, 김 연구원은 결국 형사 처벌됐다.
장난 신고와 가짜 개구리소년도 수시로 등장했다. 92년에는 서울 모 초등학생이 개구리소년이 쓴 편지를 발견했다며 '박스 속에 갇혀있어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공개,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았지만 장난으로 밝혀졌고 97년 4월에는 불륜으로 가정을 파탄시킨 주부가 민사소송 법정에서 "남편에게 맞느니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며 개구리소년 살해 암장 공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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